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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인터넷으로 통한다. 지금 우리는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고는 일상생활조차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웃에 성폭행범이 이사 와서 살고 있는지, 어떤 업체가 언제 어떠한 위반을 해서 단속됐는지 하는 정보조차도 인터넷을 통해야 알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인터넷과는 전혀 상관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인터넷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학력이나 지식의 정도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처럼 인터넷의 역기능이 극성인 시대엔 인터넷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편 부럽기도 하다.
6세 이상 국민 가운데 77%인 3천500만 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다. 30대까지의 젊은 층은 90%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6, 7월 두 달 동안 1만7천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했다니 신뢰할 만하다. 그러나 40대는 82%였고 50대가 되면 49%로 뚝 떨어졌다.
결국 50대 이후 세대는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정보 습득도 아날로그로 활자매체와 영상매체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공 정보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공개되는 각 기관들의 수많은 정보들이 활자매체-신문'잡지 등-에도 같이 공개돼야 하는 이유가 된다.
시'도청과 교육청, 법원 등 기관마다 현관 입구 잘 보이는 곳에 게시판을 둔 시절이 있었다. 기관에 따라 공사 입찰 공고와 필요한 물품 조달을 위한 공고, 직원 채용 및 관련 시험 일시 장소와 접수방법, 합격자 공고 등이 차지하는 곳이다.
한번은 모 기관의 게시판 내용 중 일부를 일반인이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볼 수 없도록 교묘히 차폐물로 가려 놓아 해당 기관장에게 항의를 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그 게시물 정보는 이권과 관련돼 있었다. 때문에 외부 업자와 연결된 내부에서 상대 경쟁자가 볼 수 없도록 배려한 일종의 불공정 게임이었던 것이다.
지금 인터넷으로만 공지하거나 모집 접수를 받는다면 공개 형식을 빙자한 또 다른 불공정 게임이 될 수 있다. 그것이 개인의 취미 생활이나 여가 활동 정도에 그치면 괜찮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한 사람의 직업 선택의 기회를 빼앗는 경제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거나 다른 생활과 유용한 정보라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불이익을 주게 된다. 공공기관의 정보는 대개가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만도 501만 명으로 총 인구의 10.3%를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노인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노인들에게 인터넷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가 될 수 있고 실생활에서의 기동력을 대신해 줄 수 있는 등 훌륭한 노후 대비책이 된다는 주장들도 있긴 하다. 또 노인들도 인터넷 이용률이 늘고 있다고는 한다. 하지만 50대 이후만도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지 않았던가.
따라서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겪는 불편은 스스로가 감수할 일이로되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그들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TV 안 보기 운동처럼 어쩌면 인터넷 없이 살아가자는 운동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물론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탤런트 최진실 씨의 죽음 이후에도 인터넷 세상은 정제되지 않은 말 쓰레기들이 참과 구분 없이 떠다니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 않는 사람들에겐 인터넷 실명제도 사이버 모욕죄도 쓸데없는 소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인터넷 세상을 정말 속 편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李敬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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