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령기 아동 정신질환, 수성구 100명당 2.52명

김모(37·여)씨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2년 전 남편의 사업이 잘 풀리면서 자녀 교육을 위해 수성구로 이사한 것이 발단이었다. '아이가 뒤처질까' 불안해 남편 수입의 3분의 1에 가까운 200여만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영어, 수학, 논술, 과학 학원에다 주말에는 피아노, 미술학원을 보냈고 그것도 모자라 방문 학습지도 받았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아이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했고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보챘다. 같은 질문도 반복했다. 아이는 환촉, 환청 등 지각력 손상에다 불안정한 감정을 동반한 '소아 정신증 증상'을 보인다는 진찰결과를 받았다.

교육열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이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은수 민주당 국회의원이 15일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학령기(7~19세) 아동 정신질환 진료현황(2007)'에 따르면 100명당 수진자 비율이 대구에서는 수성구가 2.52명으로 가장 높았고, 중구 2.21명, 북구 2.13명으로 나타났다. 달성군이 1.47명으로 가장 낮았다. 고소득자가 많고 교육열이 가장 높은 수성구 아동들이 정신과 관련 상담·진료를 가장 많이 받았다는 것.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박모(40) 주부는 2주 전 한밤 중에 '쿵쿵' 하는 소리에 아이 방문을 열었다 아이가 침대에 머리를 부딪치는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이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 자해증상으로 나타난 것. 박씨는 4곳이나 되던 아이의 학원을 모두 끊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학업 및 입시 스트레스와 중압감이 학령기 아동의 정신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처 정신질환 증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최태진 신경정신과 원장은 "어린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로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성인에 비해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운 아동의 경우 해소책도 마땅치 않아 정신질환을 앓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영남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사공준 교수는 "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낙오자가 생기기 마련이고 낙오의 충격이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적으론 수도권 지역의 아이들이 정신질환 상담·진료를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지역이 100명당 수진자 비율이 3.8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경기 분당구 3.74명, 경기 수원 영통구 3.31명, 서울 서초구 3.24명 순이었다. 부산 해운대구(2.41명), 인천 중구(2.27명), 대전 유성구(2.56명) 등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은 지역은 대구 수성구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았다. 가장 낮은 곳은 강원도 양구군(0.91명)이었다.

일부에서는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아이들이 의료혜택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교육열과 정신질환의 상관관계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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