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철값 폭락…제품가는 그대로?

철강제품 수요 감소로 3개월만에 '반토막'

'금값'이라던 고철값이 '똥값'이 되었다. 불과 3개월 만이다. 지난 7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현재 절반 가까이 폭락하면서 고철업계가 울상이다. 그러나 고철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철강업계는 "더 떨어져야 한다"며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고, 건설업을 비롯한 철강재 수요업계는 "고철값은 내렸는데 제품값은 왜 그대로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고철업계=16일 포항공단의 한 철스크랩(고철) 업체 관계자는 "고철값이 미쳤다"고 했다. 7개월 만에 2배로 올랐다가 다시 3개월 만에 거의 반토막 나는 바람에 시중 수집상이나 중간상이나 도매상 모두 혼란에 빠졌다는 것이다. 한 고철 유통상은 "은행이자가 오르고 세계적 불황이 지속될 경우 고철을 갖고 있는 업자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제강업계=지난여름까지 계속됐던 원자재난은 중국이 올림픽 특수로 각종 자재를 사들이면서 비롯됐던 것. 그런데 희한하게도 올림픽 준비가 끝나는 시점과 세계적 경기불황 시작 시점이 겹치면서 일시에 철강제품 수요가 급감해 덩달아 고철값도 폭락세로 접어들었다.

건설업 경기침체는 국내산 고철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 등지서 많은 고철을 수입해 둔 고철업계에 더 큰 치명상을 입혔다. 수요가인 철강업체들이 직수입한 물량도 많다. 한 대형 철강업체 A사 임원은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고철만 해도 수십만t이나 되는데 이것들이 대부분 t당 700달러 선에 수입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철강사에 고철을 납품하는 고철상들은 "자기들(대형 철강사)이 비싸게 수입한 수입고철을 다 소진할 때까지 일반 고철상들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납품받지 않는 방법으로 시간 끌기를 해 고철값을 더 끌어내리려는 계산된 작전"이라는 주장이다.

◆건설업계=최근 주요 건설회사의 자재구매 담당자들의 모임인 자재직협의회는 비상총회를 열고 '고철값은 반토막 났는데 제품값은 사상 최고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불합리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철강사들은 "t당 70만원짜리(또는 t당 720달러짜리) 고철로 제품을 만들고 있으니 당연히 제품값도 고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B철강사 임원은 "비싼 고철을 다 소진하려면 최소 올 연말까지는 공장을 돌려야 할 것"이라며 당분간 제품가 인하는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수요업계에서는 "차라리 수입철근을 사다 썼으면 썼지 앉아서 철강사 횡포에 당할 수만은 없다"며 분개하고 있다. 결국 고철 가격 요동 속에 고철업계와 철강재 수요업계는 죽을 고비에 직면했지만 철강업체들은 여전히 수익 극대화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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