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태풍의 눈을 보고 온 이화언 대구은행장

"미국에 머무는 동안 '두렵다' '겁난다'는 단어를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미국 자본시장의 공포를 피부로 실감했습니다."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미국의 신용위기.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그 공포의 진원지 미국을 방문, IR(기업설명회) 활동을 하고 온 이화언 대구은행장을 16일 오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미국에서 펀드 환매가 심각한 상태로 밀려들어오다 보니 미국 금융회사들이 전세계에서 무차별적으로 돈을 빼고 있습니다. 지난 9일과 10일, 제가 뉴욕에 갔을 때 미국 증시가 대폭락했습니다. 일본 증시도 연 이틀 하루 10% 가까이 빠졌습니다. 펀드 환매를 막아내기 위해 일본에서 돈을 뺀 겁니다."

이 행장은 신용위기가 실물경기를 악화시키는 현상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세계적 위기가 적어도 2년 정도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두려움 그 자체를 두려움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무차별적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못보는 것이 있다는 겁니다."

그는 대구은행의 중소기업 대출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주가가 많이 내린다고 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대구은행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대구은행은 외화나 원화 모두 보유 유동성이 국내 은행권 최고 수준입니다. 게다가 대구은행이 여신을 많이 지원해준 지역 중소기업도 건전성이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최근 연체율도 비교적 양호한 편입니다. 이번 미국 IR에서도 이를 설명하니 외국인들도 '그럼 장기적으로는 대구은행 주식을 사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세계적 유동성 위기에서도 대구은행의 유동성은 매우 좋다보니 외국인 대주주들은 거의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

이 행장은 지난달까지 지난해 대비 12%의 여신증가율을 나타내면서 은행권 최고였다고 했다. 그만큼 유동성이 좋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은행의 기초체력이 튼튼한데다 최근엔 예금까지 급증해 내년에도 대구은행이 큰 어려움은 겪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초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향후 금산분리 방안 등 격변하는 금융환경에 대비한 장기 비전도 차곡차곡 준비중입니다. 영업도 잘하면서 지역 사회에서 모범을 보이는 기업, 즉 기업시민으로서의 모습도 계속 보여드리겠습니다"

한편 이 행장은 17일 지속발전가능위원회가 수여하는 지속가능대상을 받았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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