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어요. 올 겨울나기가 무척 힘들 것 같아요."
대구 동구에서 아동복지양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A원장은 벌써부터 다가올 겨울이 걱정이다. 시설 운영비의 70%가량을 정부에서 보조받고 있지만 아이들의 기본 의식주를 해결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아이들을 위한 학원비, 특수 교육비 등은 후원금액으로 충당해야 하지만, 경기침체 속에 후원금액이 점점 줄어들면서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A원장은 "올가을에는 금융 위기가 온 나라를 강타해 더욱 걱정"이라며 "후원자 발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의 아동·노인·장애인 복지시설들의 체감온도는 벌써부터 한겨울이다. 지역경제가 오랜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복지관을 찾는 후원자들의 발길은 갈수록 뜸해지고 있다. 개인 후원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고 기업, 단체 등도 지속적인 후원보다 체면치레성 후원에 그치는 예가 많아졌다.
복지시설들은 난방유 인상, 고환율 등 경제 악재가 겹치면서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둘째주 ℓ당 957.26원이던 가정용 난방유(실내 등유)가 1년 만인 이달 같은 주에 ℓ당 1천322.46원으로 40% 가까이 오른 것도 복지시설 관계자들의 시름을 더해주고 있다.
얼마 전 북구의 한 복지시설에는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매달 보내 주던 후원금 20만원이 갑작스레 끊겼다. 시설 관계자가 찾아가 물었더니 '장사가 너무 안 돼 몇달째 가게 임대료도 버거운 형편이다. 다음부터는 후원금을 내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설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 난방비가 월 120만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170만~180만원은 들 것 같다"며 "시설 운영 경비는 늘고 있는데 올해처럼 후원의 손길이 줄어든 해는 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달 초 후원행사를 연 한 복지재단 관계자는 "워낙 불경기라 목표했던 후원액이 제대로 걷히지 않을것 같아 노심초사했는데 결국 예전보다 30% 정도 적은 수준이었다"며 "불황 탓에 '매번 후원티켓 10장을 구매하시던 분이 5장밖에 못 사서 미안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오히려 죄송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달서구의 한 종합복지관에서 후원모금을 담당하는 김모(32) 복지사는 "고정 후원자 중 자동이체를 하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정기적으로 지로로 후원금을 보내는 분들이 많이 감소했다. 후원액을 절반으로 줄인 분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노인복지시설 한 운영자는 "매년 1천500만원가량의 후원금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연말 성금을 합해도 1천만원을 겨우 넘길 것 같다"고 걱정했다.
모금액의 큰 부분을 담당했던 기업들의 후원도 크게 줄었다. 수성구 성림아동원 임영호 원장은 "지난해에는 아동복지시설이나 양로원 등을 후원하는 기업들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그 수가 부쩍 줄었다"며 "대구 전체 20개 아동시설의 상황이 대개 비슷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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