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 전만 해도 어머니들이 음식을 만드는 모습은 신기할 정도였다. 별달리 간을 보는 법도 없이 그저 손대중으로만 해도 간이 척척 맞았다. 재료나 양념 등에 대한 계량화 개념이 없었던 그 시절엔 경험에 의해 스스로 체득한 '感(감)'이 유일한 조리 비법이었다. 밥 때만 되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요즘 신세대 주부들에게는 요리의 達人(달인)으로 비쳐질 만도 하다.
집집마다 가풍이 다르듯 맛의 취향도 다르다. '감'에 의한 조리 비법은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에게로 구전됐다. 집집이 다른 음식맛은 결국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맛'이었던 셈이다.
어머니들의 제각각 다른 손맛처럼 다채로운 한식 특유의 풍미는 그러나 한편으론 글로벌화돼 가는 지구촌에서 한식 세계화의 걸림돌로 지목되기도 한다. 한 예로 세계적 '웰빙(Well- being)' 열풍 속에 한식이 '탁월한 건강식'으로 인정받는 추세지만 외국인이 요리책을 보고 한식을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국제 기준으로 표준화된 조리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 요리책에 소개된 조리법은 한국인, 그것도 요리에 능숙한 사람이 아니면 따라하기 어렵게 돼있다. 재료의 양을 '약간' '적당량'으로 표시한다거나 양념의 경우도 '갖은 양념' 식으로 표현돼 있다. 조리 시간 역시 '한소끔(한 번 끓어오름)' '잠깐 끓인다' 식으로 표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리 전 과정이 자세히 소개된 레시피에 익숙한 외국인들로서는 흉내조차 힘들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전통음식연구소가 국내 최초로 '아름다운 한국 음식 300선 조리법 표준화'에 성공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3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완성했다는 것이다. 주식'부식'후식 등에 걸친 300가지 한식 조리법을 국제 표준에 맞게 계량화했다. 단위와 조리 시간을 cm, g, min(분) 등으로 계량화하고, 조리 도구와 불의 세기 등도 규격화했다고 한다. 책자와 동영상'웹사이트 등을 통해 영어'일어'중국어'프랑스어 등 5개 국어로 국제 무대에 내놓는다는 야심 찬 계획이 주목된다.
한식은 맛과 멋, 건강의 삼박자에서 세계 어떤 음식과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다. 맛의 규격화라는 한계는 있지만 이 300가지 우리 음식이 한식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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