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1835~1910)은 익살스런 명언을 많이 남겼습니다. "침대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이다. 80% 이상의 사람들이 거기에서 죽으니까." "나는 천국이 어떻고 지옥이 어떻다는 둥의 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양쪽에 다 친구가 있거든요." "화가 날 때는 100까지 세어라. 최악일 때는 욕설을 퍼부어라."
마크 트웨인은 투기의 짜릿한 맛에 매몰된 사람이었습니다. "길에서 주운 1달러가 열심히 일해 번 99달러보다 더 큰 만족감을 준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공격적인 투자를 일삼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투자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습니다. 골드러시 때 금광에 투자했다가 큰돈을 날렸고, 광산회사 주식을 신용으로 샀다가 쓴맛을 봤습니다. 49세에 차린 출판사는 파산하고 맙니다.
말년의 그를 구원한 것은 작품 및 강연활동 즉, 본업이었습니다. 그는 자서전을 통해 '나는 싸구려 협잡꾼들의 손쉬운 먹이였다'고 술회합니다. 주식 투자에 대해서도 그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10월은 주식투자하기에 특별히 위험한 달이다. 또한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2월도 위험하다." 주식 투자의 위험성을 이처럼 잘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요.
실패는 영혼을 성숙시키는 것 같습니다. 그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꿰뚫는 명언도 남겼습니다. "문명이란 불필요한 생활 필수품을 끝없이 늘려가는 것이다. 시장 경제는 떠들썩한 선전으로 소비자를 꼬드겨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도록 만든다."
탐욕과 공포 바이러스는 세계화·정보화를 타고 신속하고 강력하게 확산됩니다. 멜라민 파동 이후 중국산에 대한 강한 불신은 이런 우스갯소리를 회자시킵니다. '세상이 살기 힘들어 죽으려고 농약을 마셨다. 그런데 멀쩡했다. 알고보니 농약이 가짜였다. 이건 살아보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해 와인 파티를 벌였다. 그런데 와인을 마신 뒤 죽었다. 와인도 가짜였다.'
10년 전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IMF는 살인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했습니다. 그 결과 실업자가 거리를 메웠고 자살자가 줄을 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미국은 미증유의 금융 위기를 맞았으면서도 IMF를 통해 우리나라에 강요했던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습니다. 잣대가 다른 것이지요. 어차피 강자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함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미국이 달러를 마구 찍어내는 바람에 이 같은 위기가 닥쳤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달러를 풀고 있는데도, 시중엔 달러가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모두들 불안하다며 달러를 움켜쥐고 내놓지 않습니다.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로마제국의 황제들은 대량의 재정지출을 보충하기 위해 돈을 마구 찍어냈습니다. 그러나 새로 발행되는 화폐는 유통되지 않고 부유층의 금고 속으로 잠겨듭니다. 결국 황실은 더 많은 화폐를 찍어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통제 불능의 통화 증가는 초인플레를 불렀고 로마제국의 명운을 갉아먹습니다.
물신주의는 현대의 신앙이 되었습니다. 자멸적인 머니 게임은 지구촌에 깊은 생채기를 남깁니다. 작금의 경제 위기는 신뢰 위기의 또 다른 이름일 겁니다. 이번주 주말판에는 '경제 혼돈의 시대, 서민들의 생존법칙'이라는 주제를 다뤄봤습니다. '달러 모으기' 운동에 대한 상반된 두 가지 시선도 실었습니다. 편안한 주말 되십시오.
김해용 기획취재부장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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