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복거일의 시사코멘트] 중국의 농지 개혁

갑작스럽게 닥친 이번 금융 위기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 드러나자,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들이 거세졌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되도록 삼가는 미국과 영국의 경제 체제가 문제를 드러냈다는 진단은 비교적 온건한 의견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정부가 엄격하게 규제하는 유럽 대륙의 경제 체제가 낫다는 의견을 스스럼없이 밝혔다. 심지어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런 진단들이 말해주는 것은 경제적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해 반감을 지닌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뿐이다. 미국과 영국의 시장 중심 체제가 위기를 맞은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은 것은 더욱 아니다.

찬찬히 따져보면, 이번 위기에 대한 책임은 시장보다는 정부가 많이 져야 한다. 애초에 금리를 낮춰서 주택 경기를 과열시킨 것은 미국의 중앙은행이었다. 따라서 이번 위기가 경제적 자유주의를 부정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실하다.

거품이 터지는 과정은 어쩔 수 없이 어지럽고 괴롭다. 두려움에 질리면, 사람들은 지나친 반응을 보이고, 그래서 흔히 공황을 부른다. 그러나 공황의 존재가 자본주의를 위협한다는 생각은 그르다. 수많은 공황들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늘 건강을 되찾았고 보다 활기찬 모습으로 진화했다.

이번 위기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경제적 자유주의는 여전히 가장 나은 이념이고 자본주의는 여전히 튼튼하다는 것이 확인될 것이다. 아마도 미국의 중심적 지위도 그다지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다.

경제적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튼튼함을 확인하는 데는 실은 위기의 진정과 경기의 회복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며칠 전에 중국 정부가 밝힌 농지개혁 조치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무색하게 했다. 농민들은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서 30년 동안 농지를 경작할 수 있는데, 이번에 중국 정부는 농민들이 그 권리를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치는 경작권을 온전한 재산권으로 인정한 것이며, 농지의 사유화로 가는 과정의 중요한 단계다.

중국 공산당 정권에게 토지 사유화는 자신의 이념을 부정하는 일이다. 공산주의는 토지의 국유화를 핵심적 정책으로 삼아왔다. 1949년에 정부를 세운 뒤, 공산당 정권은 이내 토지를 국유화하고 농민들을 모아 집단 농장을 조직했다. 이 무리한 조치로 수천만 명이 굶어 죽었다.

집단 농장은 1978년에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안휘성 샤오강 마을의 농민들이 당국 몰래 집단 농장의 토지를 나누어 경작해서 수확을 크게 늘리자, 이내 전국의 농민들이 본받았다. 공산당 정권은 집단 농장의 실패를 인정하고 집단 농장의 실질적 해체를 공식화했다. 지난달 말에 후진타오 주석이 샤오강 마을을 찾아서 경작권 양도와 매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공산주의 이념과 정책들을 즐겁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의 이념과 정책들이 워낙 열악해서 어쩔 수 없이 경제적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정책들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결단 덕분에 중국이 경이적 번영을 누린다. 중국의 경험은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함께 깊이 살펴야 한다.

복거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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