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텅 비고 너른 가을 하늘을 묘사한 애국가 3절 가사이다. 뜬금없이 애국가 가사 타령일지 모르지만 여느 계절의 하늘보다 아름다운 가을 하늘이 아니라도 좋으니 한줄기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올해는 여름철 마른장마와 함께 태풍 없는 가을이 이어지면서 경북도내 댐과 저수지의 저수율이 예년에 비해 크게 낮아 내년 봄 심각한 가뭄이 우려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비' 타령이라도 하면 혹시나 내릴까 하는 바람에서다.
가을비와 관련한 속담에 '가을비는 빗자루로도 피한다.' '가을비엔 장인 구레나룻 밑에서도 피한다.'라는 것이 있다. 가을에 내리는 비의 양이 적기 때문에 생겨난 속담이다. 가을비를 '떡비'라고도 한다. 가을걷이가 끝나 떡을 해 먹으면서 여유 있게 쉴 수 있다는 뜻이다. 살아가면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그들의 삶이 정말로 부러울 뿐이다.
비(雨)와 관련된 순수 우리말은 아주 다양하다.
떡비처럼 계절에 따라 봄비는 일비(봄에는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비가 내려도 일을 한다는 뜻), 여름비는 잠비(여름에는 바쁜 일이 없어 비가 오면 낮잠을 자기 좋다는 뜻), 겨울비는 술비(농한기라 술을 마시면서 놀기 좋다는 뜻)다.
또 비가 내리는 모습에 따라서 가루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가루비, 가늘고 잘게 내리는 잔비, 실처럼 가늘게 또는 길게 금을 그으며 내리는 실비, 빗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발비, 굵고 세차게 내리는 작달비, 바람이 불면서 내리는 바람비, 먼지를 잠재울 정도로 아주 조금 내리는 먼지잼, 한쪽에서 해가 비치면서 내리는 해비, 농사짓기에 적합하게 내리는 꿀비, 꼭 필요할 때에 알맞게 내리는 단비, 요긴한 때에 내리는 약비, 우레가 치면서 내리는 우레비가 있다. 이 외에 여우비, 개부심, 도둑비, 궂은비, 웃비, 마른비, 비꽃도 있다.
이제 머잖아 나뭇잎은 물들고 잘 영근 곡식을 추수하고 나면 계절은 어느덧 가을을 넘어 깔축없이 겨울로 접어들 것이다.
"조행수님, 사유 받아 내는 일만 여축없다 하면 그놈 하나 멸구시키는 일이야 어렵지 않습니다." 이 문장에서 '여축없다'는 '깔축없다'의 틀린 표기다. 조금도 축나거나 버릴 것이 없다는 뜻은 '깔축없다'로 "소작인들의 잡도리를 철저히 해서 한 톨의 양식도 깔축없이 여퉜다가 경성이나 개성에 흩어져 사는 아들 손자들 양식 걱정 안 시키겠다는 속셈이 뻔했다."로 쓰인다.
이번 한주도 계획한 것 깔축없이 보내세요.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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