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재왕 기자의 인물산책] 이의근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침체된 새마을 운동 살릴 글로벌 전략 추진할 겁니다"

이의근(70)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은 요즘 바쁘다. 중앙회의 비전을 만들고, 이를 구체화할 실행 계획을 세우는 데 골몰하고 있다. 여기에다 각계의 강연 요청도 가능하면 사양하지 않는다. 바쁜 와중에도 강연에 응하는 이유는 40년 넘는 공직 생활과 3선 경북지사의 경험을 후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다.

그를 만난 16일 기자는 깜짝 놀랐다. 지사로 재직할 때의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대신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올해 초 서울에서 만났을 때 이 회장은 얼굴에 살이 붙고, 거동이 둔해 보여 솔직히 '세월은 어쩔 수 없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일이 그렇게 좋은 모양이다. 아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그토록 좋은 모양이다. 이 회장과 새마을운동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의 고향 청도가 새마을운동의 발상지이고, 새마을운동 초창기에 내무부에서 새마을기획계장으로 일하며 운동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었다. 38년 세월이 지나 다시 그때처럼 새마을운동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된 셈이다.

이 회장은 3선 경북지사를 끝내면서 앞으로는 봉사하겠다고 도민들에게 약속했었다. 몇몇 대학에서 총장으로 와달라는 요청을 뿌리쳤다. 그러나 결국 대신대 총장을 맡았다. 이 회장은 "대신대 이사로 있는 목사, 장로들이 신학교를 맡는 게 최고의 봉사 활동이라고 설득해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새마을운동도 봉사이기에 회장직을 맡았다는 말로 들렸다.

새마을운동이 침체돼 있는 현실을 그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비판도 있지만 새마을운동이 근대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의 모델이 되어 있는 것도 새마을운동 덕분이지요."

이 회장은 지금 제2의 새마을운동을 꿈꾼다. "우리나라의 소득이 세계 12위이고, 올림픽에서 7위를 했지만 행복지수는 102위입니다. 경제성장에 걸맞은 선진사회로서 덕목을 못 갖춰 그렇게 된 것입니다.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경제와 행복의 간극을 메울 수 있다고 봐요.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새마을운동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이 회장은 최근 구상을 밝혔다. 부녀새마을운동과 글로벌새마을운동이 핵심이다.

"농촌 다문화 가정이 14만5천가구이고, 그 자녀가 5만8천명이나 되는데 이국 땅에 시집 온 주부들의 문제가 심각해요. 그들이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새마을부녀회원들이 도와줄 수 있습니다. 친정어머니 역할을 해주는 것이죠."

글로벌화는 새마을운동을 배우려는 나라에 새마을 운동의 핵심을 제대로 전수하는 것이다. "40여개국이 전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요청을 수용할 태세를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불편 없이 충분히 배워갈 수 있도록 해야지요." 그는 새마을지도자 봉사단을 해외에 파견하는 방안도 글로벌화 전략의 하나로 꼽았다.

중국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후진타오 주석이 농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새마을운동에서 찾으려 했으나 시들해졌다. 우리나라엔 새마을운동의 결과만 있지 과정이 없어서다. 여기에다 관광 브로커까지 끼어들면서 이미지를 흐렸다. 중국 공무원 3만명이 연수하겠다던 계획은 어느 순간 중단됐다. 그는 지난 정부가 좀 더 관심을 가졌다면 큰 프로젝트가 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또 다른 과제는 젊은이들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2만명 규모의 새마을봉사대. 해외 파견도 이들 젊은 세대들이 맡는다.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 비전에 맞춰 숲 가꾸기 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이산화탄소 저감 마일리지 제공 등 이산화탄소 다이어트 운동도 펼친다.

이 회장은 경북지사를 그만두면서 골프를 끊었다. 후임인 김관용 경북지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청도나 대구에 집을 짓고 사는 그날을 그리고 있다.

최재왕 서울정치부장 ju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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