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안개가 내려앉은 경북 예천군 예천읍 한천 둔치주차장. 안개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내리쬐는 싱그러운 가을 햇살처럼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정겹다.
지난 16, 17일 열린 '사이언스 투어'에는 예천 지역의 감천초교 20명, 상리초교 9명, 용궁초교 장평분교 9명 등 38명의 산골 아이들이 참여했다. 비록 학교는 달라도 동심은 하나. 오전 10시 버스가 출발하자 이내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게임을 하느라 재잘거림이 끊이질 않는다.
1시간 20여분 남짓 달려 도착한 구미 금오공과대학에선 마침 대학생 형들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인 블루투스 칩과 압력센서로 만든 컴퓨터 베이스 기타, 직접 장갑과 신발을 착용하고 움직이면 모니터에 움직임이 그대로 나타나는 '댄싱 퀸',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웃어주는 로봇 등 처음 보는 것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갑자기 몰려든 아이들의 관심과 질문공세에 대학생 형들은 정신이 없었고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감천초교 안소연(4년) 양은 "로봇이 너무 신기하다. 눈을 맞추면서 다가와 웃어주니까 정말 재미있다"며 떠날 줄 몰랐다.
전국 유일의 '유비쿼터스 체험관'에서 아이들은 미래의 생활과 환경, 산업을 체험했다. 전자신분증 하나로 모든 생활이 가능한 아파트, 에듀테인먼트 로봇 서비스 체험, 디지털 붓을 이용한 그림 그리기, 장풍 쏘기 등 최첨단 컴퓨터로 제어하는 미래모습에 아이들은 상상의 날개를 활짝 폈다.
다음 방문지는 영천. 영천교육청이 지난 8일 개관한 '영어마을'에서 원어민 선생님에게 'ABC게임' 등 재미난 영어수업을 들었다. 서툰 영어지만 거침없이 묻고 대답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인솔교사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한방체험관을 거쳐 숙소인 영천 보현산 자락 보현마을에 도착해서도 아이들의 '탐험'은 이어졌다. 광학망원경 모형 만들기, 캠프파이어, 고구마 구워먹기…."선생님, 하루가 너무 짧아요. 우리 안 자면 안 돼요?"
이튿날 보현산 천문대에서는 2001년 사자자리 유성우와 계기일식 진행과정, 태양과 각종 우주 별들을 찍은 천체사진을 둘러본 뒤 국내 최대인 1.8m 광학천체망원경을 견학했다. 용궁초교 장평분교 안종욱(6년) 군은 "이 다음에 커서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며 "이틀 동안 체험한 과학세계가 너무 신기해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고 했다. 높은 가을 하늘마냥 아이들의 꿈도 한없이 커지고 있었다.
예천·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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