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축제에 물든 가을교정 '추억만들기'

'그들만의 色 & 香' 즐거움도 묻어난다

▲ 학교들은
▲ 학교들은 '축제 중'이다. 학교축제는 학창시절 소중한 추억거리가 되면서 공부 스트레스를 잠시 잊을 수 있는 '해방구'이다. 윤정현 인턴기자

16일 오후 대구여고는 어느 때보다 시끌벅적했다. 이날은 이 학교 가을 축제인 '유란제'가 열리는 날. 학생들은 삼삼오오 체육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체육관 앞 게시판에는 수십명의 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각 동아리들이 어떤 전시를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체육관에는 양쪽으로 10여개 부스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동아리별로 작품을 전시한 부스들이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여학생들이 꾸민 것이라 부스마다 아기자기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만화부인 '카리스마' 부스엔 수준급의 만화 패러디와 일러스트 등 30여편이 전시돼 있다. 이 동아리 학생들은 여름방학 때부터 틈틈이 축제 준비를 했다고 한다. 2학년 이현미양은 "공부와 병행해 이래저래 준비하느라 어려움도 많았지만 구경하는 학생들이 호응을 해주니까 뿌듯하고 홀가분해진다"고 말했다.

학교들마다 축제열기가 가득하다. '예술제'로 불리는 축제를 준비하거나 개최하면서 학교들이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한바탕 떠들썩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 대학 축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학생들은 예술제를 통해 평소 느끼기 힘든 문화적인 즐거움은 물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축제는 어떻게

학교마다 축제를 여는 시기는 다르다. 보통 2학기 중간고사 전후인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에 열리지만 최근엔 학교장 재량권이 강화되면서 학교마다 축제 시기를 다양하게 잡고 있다. 시험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여름방학이 끝난 직후인 9월 초에 여는가 하면 기말고사가 끝난 뒤인 12월에 개최하는 학교들도 있다.

상인고는 지난 9월 4, 5일에 예술제를 열었다. 여유가 있는 방학 때 축제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날짜를 그렇게 잡았다.

반면 고산중학교는 올해 축제를 12월 말에 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모든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마음껏 축제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고산중 장순옥 교사는 "지난해까지 10월 말쯤에 했는데 학생들이 준비하면서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특히 고등학교는 이 같은 현상이 심한 편. 수능이란 큰 관문이 있기 때문에 11월 수능을 마치고 축제를 여는 학교들이 많다. 일부 학교는 입시에서 내신성적 반영이 커지면서 동아리 운영이 잘 안돼 예술제를 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여고 조효준 교사는 "요즘 내신이 중시되면서 학교마다 동아리 수가 많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예술제가 위축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가을 축제는 학생회와 동아리들이 주축이 된 공연과 전시가 주류를 이룬다. 각 동아리마다 자신의 동아리를 홍보할 작품들을 전시하거나 댄스나 음악 등을 선보이고 있는 것. 이를 위해 동아리 학생들은 보통 2주에서 많게는 한 달 이상 축제 준비를 한다. 축제가 가까워지면 학생과 지도교사들이 밤을 새우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학급마다, 학년마다 담임 교사가 지휘를 하면서 전학생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 것. 칠성초교는 21, 22일 축제를 열고 있다. 두 학급씩 학생들이 뭉쳐 음악과 무용, 콩트 등의 공연을 가졌고 학교 복도에는 미술 작품 전시도 했다. 칠성초교 최방미 교감은 "1, 2주 전부터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교사들이 지도를 해주는 방식으로 축제를 준비했다"며 "학부모가 보는 앞에서 전 학생이 참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색깔'있는 축제

독특한 행사나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끄는 학교들도 있다. 지난 17일 축제를 가진 효동초교는 뜻깊은 행사를 열었다. 인근에 있는 정신지체학교인 대구선명학교 초등부 학생들을 축제에 참여시킨 것. 효동초교 최경희 교사는 "각 학급별로 2, 3명의 선명학교 학생들을 포함시켜 공연에 참여시키기도 하고 노래나 춤을 추게 하는 등 학생들끼리 어울리는 시간을 가졌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장애 학생들을 보는 눈이 사뭇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11월 예정된 장애 학생들의 합창 발표회에도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대구관광고도 지난 17일 축제를 열면서 인근의 홀몸노인 200여명을 초청했다. 점심시간에 조리과 학생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고 각종 문화행사를 함께 즐긴 것이다.

29~31일 사흘간 축제를 여는 사대부중은 '아나바다 장터'와 학부모 음식 바자를 행사에 넣었다. 교사나 학생, 학부모들이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헌옷이나 헌책, 개인 소지품 등을 모아놓았다가 축제 기간에 전시하고 학부모 20명 정도가 축제 때 떡볶이나 순대, 만두, 어묵 등을 만들어 팔 계획인 것. 사대부중 신재건 교사는 "여기서 나온 수익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이나 급식비로 쓸 예정"이라며 "3, 4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데 무척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지난 16~18일 축제를 연 경신고는 대구시립예술단을 초청했다. 시립예술단은 '찾아가는 음악회' 형식으로 강당에서 학생들에게 합창과 무용 공연을 한 것이다. 경신고 김호원 교장은 "평소 학생들이 공연을 직접 볼 기회가 많지 않다"며 "학생들의 가요제나 댄스경연도 재미있지만 전문가들의 공연은 학생들에게 문화적 소양을 기르는 기회가 되는 것은 물론 입시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대구여고는 축제에 앞서 15일 동구문화예술회관에서 별도의 음악제를 가졌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초청한 가운데 영어연극과 뮤지컬, 음악회 등을 연 것. 이 학교는 지난해 군부대를 초청해 공연을 갖는 행사도 가졌다. 해군부대 '원삼함' 군인들이 학교를 찾아 위문공연을 펼친 것. 대구여고 조효준 교사는 "올해는 군 사정으로 초청을 못했지만 내년엔 초청 공연을 다시 가져 학교 축제의 전통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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