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 대구 도원중 3학년 박창화(15)군은 서울과학고(내년 서울과학영재학교로 전환)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박군은 내년에 출범하는 서울과학영재학교의 첫 입학생으로 뽑힌 것이다. 어머니 황명희(48·대구 달서구 도원동)씨는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쌓인 책의 힘"이라고 밝혔다.
황씨는 박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책 읽는 습관'을 확실하게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당시에 열흘에 한 차례씩 이동도서관이 왔어요. 거기서 매번 10권 정도의 책을 빌렸죠. 또 많게는 일주일에 3, 4번 정도 인근 도서관을 찾아갔어요." 책을 좋아하는 황씨였기에 아들에게도 책을 읽는 것을 권했던 것. 워낙 도서관에서 책을 자주 빌려보다보니 다독회원에 등록까지 됐다.
특히 박군은 수학이나 과학 분야의 책을 좋아했다. 너무 그 분야의 책만 읽어 황씨는 의도적으로 문학이나 역사,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빌려다줄 정도였다. 그런 독서를 통한 논리적인 사고와 방대한 지식이 수학을 잘 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됐다고 황씨는 믿고 있다.
아들의 호기심과 적극적인 탐구심도 큰 몫을 차지했다고 판단한다. 위에 누나가 둘이라 박군에겐 상대적으로 교육에 신경을 덜 썼는데도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개념을 파악하려고 했던 것. "아이가 어렸을 때 조립하는 걸 좋아했어요. 처음엔 누나들이 사용하던 레고나 그림퍼즐 등을 만지다가 계속 사달라고 하더라고요. 또 옆집에 갔는데 우연히 그 집 아이가 글씨 놀이하는 것을 보고 사달라고 졸랐어요. 시계를 보고 시간을 가르쳐주니까 하루종일 시계를 들고 다니면서 스스로 시간을 파악하기도 했어요."
수학적 흥미와 재능도 스스로 키웠다고 한다. "아이가 초교 1학년 때 우연히 친척 아이가 다니는 수학학원에 따라갔다 그 곳 원장으로부터 재능이 남다르다고 칭찬을 듣고는 1학년 수학 문제집을 사달라고 조르더라는 것. 1학기 분량을 일주일도 안 돼 모두 풀더니 그 때부터 점차 학년을 올려 문제집을 풀었던 것이다. 1학년 겨울방학 땐 3학년 2학기용 문제집을 혼자 풀기도 했다.
더구나 아들이 수학경시대회에 나갈 때마다 상을 타오는 걸 보고 황씨는 새삼 아이의 수학 재능이 뛰어난 것을 알게 됐다. 결국 황씨는 영재교육원에 눈을 돌렸고 박군이 초교 5학년 때 경북대 영재교육원 6학년 과정을 월반해 들어가게 했다. 영재교육원에 다니면서 매년 수학올림피아드에 도전했고 그 때마다 장려상, 동상, 은상 등을 받았다.
"영재교육원 수업을 들으면서 자연스레 영재학교에 관심을 갖게 됐죠. 수학은 어느 정도 되지만 과학이 좀 문제였어요. 중3 때 전문학원을 다녔죠." 뒤늦게 시작한 준비라 초창기엔 많이 힘들었다. 매일 4, 5시간을 학원에 투자하다보니 코피도 심심찮게 날 정도였다. 그래도 황씨는 좋은 결과로 이어져 뿌듯하단다.
"칭찬을 요령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잘한 것이 있으면 그 즉시 칭찬을 해주고 혹 학교 시험을 못 치더라도 아이의 해명을 끝까지 들어보는 자세가 필요하죠. 또 어렸을 때 독립기념관이나 안동 하회마을 등 교과서에 있는 장소를 많이 데려가는 것도 아이의 탐구심을 기르는 데 적잖게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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