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우리 사회에 '쌍기역으로 시작하는 여섯 가지 인생 비결'이 膾炙(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다시 설명 드리면 '꿈·끼·깡·꾀·꼴·끈'을 일컫는 것이지요. 꿈은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목표, 끼는 미친 듯 매달리는 열정, 깡은 두려움 없이 밀어붙이는 배짱, 꾀는 난관을 돌파하는 지혜, 꼴은 단정한 외모, 끈은 인맥을 뜻한다더군요.
그 후에 '세븐 업(7-up)' '7-끈' 등 새 버전까지 낳았던, 기억 속의 저편으로 사라진 '쌍기역~'을 새삼스레 다시 끄집어낸 이유는 끈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지요. 어휘나 표현이 다른 언어보다 매우 풍부한 우리 말을 활용, 끈을 조금 더 파고들어가면 그 뜻이 다양하게 變奏(변주)됩니다. 줄 또는 연줄, '빽(영어 Back의 발음인 백으로 쓰면 도무지 어감이 살지 않음)'이 끈의 부정적 표출이라면 인맥은 긍정적 의미로 다가오지요. 끈의 영어 표현이랄 수 있는 네트워킹은 상당히 고차원적이며, 시쳇말로 '있어 보이는' 단어로 다가옵니다.
한 개인의 인생에서도 끈이나 네트워킹이 그 성공 여부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데 하물며 기관이나 단체, 나아가 지역은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네트워킹이 지닌 값어치가 무궁무진한 것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대구경북에서는 참다운 의미의 네트워킹이 부족한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지요. 지연이나 학연 등에 의해 어울리는 '끼리끼리' '패거리' 네트워킹은 발달했는지는 몰라도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뜻을 합치거나 지역 발전을 위해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는 네트워킹은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지요. 이 지적에 반박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많은 분들은 공감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끈과 네트워킹에 대해 다소 장황하게 말씀 드린 것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저희 매일신문이 새롭게 시작한 '더불어 사는 세상'(본지 17일자 28면) 때문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지요. 훌륭한 인적 자산이 아무리 많더라도 그 힘을 제대로 결집해낼 수 있는 네트워킹이 매우 중요하다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녹아든 속담이지요. 머리 좋고, 실력 뛰어난 인재가 많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대구경북도 이제부터 참다운 네트워킹을 통해 跳躍(도약)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사람 사는 향기가 나는 곳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 지면을 맡은 담당기자로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애쓰는 봉사 단체나 모임, 지역 발전을 위해 벽을 넘어 교류하는 단체와 모임, 그리고 정이 넘치거나 화제를 모으는 단체와 모임 등을 적극 소개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제가 寡聞(과문)한 탓일 뿐 지역엔 이 같은 단체와 모임이 밤 하늘의 별처럼 많지요. 기자가 된 지 올해로 18년째, 지역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봉사하는 단체나 모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을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대구경북 네트워킹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애를 쏟으려 합니다.
이대현 사회1부 차장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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