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적인 교육인데도 우리나라 부모가 자식에게 가르쳐주지 못하는 아주 고약한 것이 두 개쯤 있다. '한글 교육'과 '돈 버는 방법'이다. 웬만한 부모는 아이에게 한글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한다. 부모가 배운 한글 맞춤법과 지금의 맞춤법이 너무 차이 나기 때문이다. 영어는 50년이 지나도 철자 하나 바뀌지 않는데 한글은 어떻게 된 셈인지 오히려 아이에게서 배워야 할 판이다.
'돈 버는 방법'에 가면 문제가 더 어려워진다. 1960, 70년대에는 돈을 불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은행 정기적금이었다. 한 달에 7만7천 원씩 1년을 넣으면 100만 원을 목돈으로 타는 재미가 쏠쏠했다. 비록 이자는 박했지만 위험도 없고, 저축 성격도 강해 샐러리맨들이 결혼하고 집을 장만하기 위해 선호하던 방법이다.
그러다 80년대부터 부동산 바람이 불기 시작, 아예 집장사로 돈을 버는 방법이 나타났다. 집이나 땅을 사놓기만 하면 몇 년 만에 배로 뛰는 바람에 힘 안 들이고 재산을 불리는 방법이 됐다. 은행 융자로 집을 산 사람이 착실하게 적금에 든 사람보다 훨씬 부자가 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다가 90년대 후반부터 주식과 펀드를 비롯한 금융파생상품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상품용어조차 생소했지만 초기에는 연 50% 수익은 다반사였다. 부동산처럼 발품 팔 일도 없고 은행에만 가면 상품을 살 수 있으니 그야말로 부자 안 된 사람이 이상하게 여겨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집값이 떨어지고 펀드가 반 토막 났다. 뒤늦게 부동산과 금융상품으로 돈을 벌려고 빚을 내 뛰어든 사람은 집과 원금을 날릴 판국이다. 이것이 어느 한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니 이 '고통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그러나 이 속에서 우리는 평범한 진리를 재발견한다. 수익이 높을수록 위험도 높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에서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래서 수익은 낮더라도 위험 중립적(risk neutral)인 방법이 안전하다는 것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을 자녀에게 가르쳤다가는 '언제 부자 되느냐'고 반문 당하기 십상이다.
중산층 부모가 살아온 방법을 자식에게 가르쳐주지 못하는 사회, 진정 건강한 사회인가. 모두가 한순간에 부자 되겠다는 인간 탐욕의 끝은 어디인가. 어쨌든 '공짜 점심'은 없다. 얻어먹는 순간 그것은 곧 빚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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