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는 독도] 독도 살리는 '생명의 玉水'

▲ 샘터의 뚜껑을 열어보면 하루 20~30명은 먹고도 남을 넉넉한 양의 물이 고여 있다.
▲ 샘터의 뚜껑을 열어보면 하루 20~30명은 먹고도 남을 넉넉한 양의 물이 고여 있다.
▲ 물골 전경. 앞쪽에 옹벽이 있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계단, 그 넘어 철망이 쳐지고 출입문이 달려있다. 태극기는 섬을 일주하는 관광객들이 멀리서도 물골을 찾기 쉽도록 해달라는 삼봉호 선장의 요청에 의해 최근에 달았다.
▲ 물골 전경. 앞쪽에 옹벽이 있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계단, 그 넘어 철망이 쳐지고 출입문이 달려있다. 태극기는 섬을 일주하는 관광객들이 멀리서도 물골을 찾기 쉽도록 해달라는 삼봉호 선장의 요청에 의해 최근에 달았다.
▲ 1966년 물골 정비공사 현황 동판.
▲ 1966년 물골 정비공사 현황 동판.

물골에 정말 물이 나는 것일까. 과연 먹을 수 있을까. 물이 난다고 해도 그저 동굴 벽에 붙은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정도가 아닐까. 또 물의 양도 병아리 눈물만큼 흘러내려 종일 받아야 겨우 목이나 축이는 정도는 아닐까?

처음 물골로 넘어가던 날, 솔직히 두려웠다. 유인도의 조건으로 식수가 있어야 한다니까, 사람들이 물골을 부풀려서 얘기한 것이 아닐까 내심 불안했다.

물골이 있는 서도 북사면 해변은 활처럼 휜 작은 만(灣)을 이루고 있다. 어업인 숙소에서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 해안으로 내려서면 왼쪽으로는 지네바위가 가까운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서도 본섬 곶(串)과 같이 뻗어 나온 끝에 탕건봉이 우뚝 서있다. 해변은 서너길 절벽으로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물골이 있는 곳은 더욱 굴곡을 이루고 있다.

물골 앞바다의 수정 같은 물은 해안의 몽깃돌을 쉼 없이 씻어내고 있다. 이곳 몽깃돌을 여느 해변의 몽깃돌 같이 탁구공만한 조약돌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드넓은 바다의 거센 파도에 바위가 통째로 휩쓸리고 굴러 축구공만한 몽깃돌로 만들어졌다. 반질반질한 돌들은 미끄러워 발을 올리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물골 앞은 두터운 시멘트 옹벽으로 높게 쌓아 올렸다. 파도가 넘어와 덮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아무런 치장을 하지도 않고, 굳이 모양새를 따지지도 않은, 보기에도 밋밋한 인공구조물이다. 그러나 볼썽사나운 시멘트 옹벽이 이리도 든든하긴 또 처음이다.

이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 대부분은 선배 세대들이 독도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볼품없는 시멘트벽은 말하고 있다. 1966년 10월 독도 근해를 출어하는 어민들의 편의시설로 경상북도에서 120만원을 들여 공사를 시작해 11월에 마무리했다고.

1967년에는 외무부 주관으로 '독도 학술조사'를 시행했고, 1969년 6월 28일에는 이토오(佐藤)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이 의회에서 "독도는 사실상 한국 정부의 관할 아래 평화로이 존재해왔다"고 증언하던 시기로,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 문제로 생트집을 잡지도 않았다. 당연히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믿었고, 우리 어민보호를 위해 이 시설을 한 것이다.

물골 입구는 최근 철망으로 막고 문을 달았다. 새들도 간물을 먹고는 살 수 없는 법. 먼 항해에서 날개 쉼 하러 들른 철새도, 독도에 둥지를 튼 텃새도 먹을 물을 찾아 이곳으로 온다. 그들이 달게 물을 마시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자리에서 볼일까지 보는 '동물적인' 행동을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취한 출입금지 조치다. 대신 새들이 먹을 물은 옹벽 밖으로 호스를 빼내어 홈통을 따로 만들었다.

물골은 입구 넓이 4.5m에 높이가 두 길 반 정도로 들어갈수록 속이 좁아지는 길이 15m의 누운 원뿔형 동굴이다. 내부는 각진 바위들이 촘촘히 박힌 듯 돔을 이루고 있다. 동굴 안은 조금 눅눅하지만 그리 어둡지도 않고 오히려 아늑하다.

바닥에는 철판으로 된 뚜껑이 동굴 입구 쪽에 하나, 안쪽에 또 하나가 있다. 앞쪽은 저수조이고 뒤쪽은 샘터이다. 혼자 들기는 버거워 동행했던 독도경비대원들과 함께 뚜껑을 열어 젖혔다. 한마디로 놀라웠다. 스무 말도 더 됨직한 옥수(玉水)가 시멘트 탱크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한 바가지 떠서 맛을 보니 희미하게 소금기가 있는 듯하지만 분명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담수(淡水)였다. 이 정도면 하루 20~30명은 넉넉히 먹고도 남을 양이다. 물골을 찾아 오면서 가졌던 불안한 생각들은 완전히 기우였다. 다시 한번 힘주어 말하고 싶다. "독도는 물골에 마실 수 있는 물이 난다. 그것도 서도 주민이 먹고도 남아 하루걸러 샤워를 할 수 있을 만큼…."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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