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전읽기]歲寒然後(세한연후)에 知松柏之後彫也(지송백지후조야)니라.

젊어서부터 외국 문물을 자주 접한 추사 김정희는 학문과 그림, 서예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면서 벼슬길도 순탄했다. 하지만 당파싸움의 희생양이 됐던 추사는 1840년 제주도로 귀양살이를 떠나는 신세가 된다.

예나 지금이나 권세에 대한 속성은 마찬가지여서 귀양간 죄인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그의 제자였던 이상적(李相迪) 만은 통역관으로서 중국에 갔다 올 때마다 귀한 서책을 구해 전해주곤 했다. 이에 추사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 유명한 세한도(歲寒圖)를 그려주며 그 옆에 아래와 같은 글을 덧붙였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사계절 잎이 지지 않고 푸르러 추운 계절이 닥치기 전이나 그 후에도 늘 변함이 없다. (중략) 내가 귀양 온 뒤 그대가 보여준 모습은 성인이 칭찬을 받을 만하지 아니한가'

그렇다. 시절이 좋을 때는 모두가 의리를 내세워 누가 진정한 마음을 지닌 지를 알 수 없다. 진정한 친구는 내가 미천해진 후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살면서 권력의 주변에만 얼쩡거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의 의리란'날씨가 추워 진 후에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에 돋보인다는 걸 알 수 있다.' 논어 자한(子罕)편에 나온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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