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시골 살면 일상이 가을

나는 매일 시골마을을 돌며 우유배달 일을 한다.

그래서 나는 그 누구보다 가을을 먼저 만나고 멀리 가을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내가 사는 이곳 주변이 온통 가을을 느낄 수 있어 나는 좋다.

지금 시골은 가을걷이로 논에는 콘바인 돌아가는 소리, 밭에는 콩 팥 벌어지는 소리, 조금만 나가도 갈대, 구절초, 감국을 볼 수 있다.

나는 단풍 중에 황금들판 만큼 아름다운 단풍 구경이 없다고 생각한다.

카펫을 깔아 놓은 듯 펼쳐진 황금 들판을 보노라면 그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고 한해 겨울날 걱정이 없어진다.

옛날에 부모님은 벼를 낫으로 베어 논에 세워두었다 마르면 마차로 실어 나르셨는데, 마차가 타고 싶어 빈 마차로 갈 때 타고 가서 올 때는 마차 뒤를 걸어서 따라와도 하루종일 피곤한 줄도 모르고 마차 타는 재미로 따라다닌 적이 있었다.

아버지께서 소 고삐를 잡고 마차에 걸터앉아 "이리여 이리 어디여 어디여" 하며 소가 갈 길을 알려주고 소는 주인 말을 듣고 지시하는 대로 가고 우리들은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앉아 흔들흔들 유람을 탄 기분, 순해서 볏단을 마차 가득 실어도 말 없이 마차를 끌던 누렁이.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

지금은 기계가 좋아져서 논에서 벼를 베며 타작까지 하고 순식간에 벼 수확을 하는데 옛날 부모님들은 탈곡기로 털어서 풍구로 날려 포대에 담아 '뚜럭'에 쌓아 두면 쥐가 구멍을 다 내놓고 애써 지은 농사 쥐에게도 많이 뺏기고 했었는데 쥐 지킴이로 고양이 한 마리 키우면 부잣집 소리 듣고 살았었다.

붉게 익어 가는 감을 보며 가을이 깊어가고 있구나. 아! 옛날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가을걷이로 바쁘게 움직이시는 농부들을 보니 한 달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러 떠나지 않아도 앉아서 단풍 구경을 할 수 있는 시골에 사는 나는 행복하다.

함종순(김천시 개령면 동부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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