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 VS 병]허리 아프면 디스크? 아닐수도...

(4)추간판탈출증VS척추협착증

"아이고, 허리야. 다리도 저리고 당기네. 보나마나 허리 디스크겠지."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면 대개 '추간판 탈출증(허리 디스크)'부터 의심한다. 허리 통증의 원인에 대해 '디스크'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당기는 원인엔 허리 디스크만 있는 게 아니다. 척추 협착증, 척추 전방 전위증, 척추 불안정성, 추간판 내장증 등 다양하다. 연령대별로 다르긴 하지만 오히려 척추 협착증 환자가 더 많다. 치료 방법도 원인에 따라 다르다.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허리 통증의 주요 원인인 추간판 탈출증과 척추 협착증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추간판 탈출증의 원인 및 증상

대부분 '디스크'로 알고 있는, 너무나 잘 알려진 질병이다. 정확한 의학 용어는 추간판 탈출증 또는 수핵 탈출증이다. 척추 뼈와 뼈 사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물렁뼈를 영어로 디스크라고 하는데, 우리 말로는 추간판 또는 수핵으로 불린다. 이 디스크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로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게 되면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픈 증상을 보이게 된다. 증상은 보통 허리가 아프고 장시간(1시간 이상) 앉아 있는 게 힘들며 머리 감기나 물건 들기 등 허리를 앞으로 굽히는 동작을 하면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허리를 앞으로 굽히거나 오랜 시간 앉아 있을 경우 추간판에 전달되는 압력이 증가돼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심한 경우엔 자세가 나빠져 척추 기형으로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갑작스런 허리 운동,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 때, 추락 또는 넘어질 때 주로 디스크가 탈출하는데, 뚜렷한 외상 기억 없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진단 및 치료 방법

추간판 탈출증의 경우 임상 증상만으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지만 디스크의 탈출 정도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추간판 탈출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는데 대개 보존적(비수술적) 방법을 우선 시행한다. 비수술적 방법으로는 약물 치료, 신경 주사 치료, 물리 치료, 운동 치료 등이 있다. 치료가 잘 되지 않을 땐 신경을 누르고 있는 디스크를 직접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 방법도 있는데, 주로 레이저 및 고주파, 내시경 또는 현미경 수술을 통해 디스크를 제거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자가 진단법도 있다. 누운 자세에서 무릎을 편 채로 다리를 들어올렸을 때 다리가 당겨 다리를 올릴 수 없다면 추간판 탈출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척추 협착증의 원인 및 증상

척추 협착증은 척추의 물렁뼈 및 인대의 퇴행성 변화 때문에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져 생기는 병으로, 경막과 신경근이 압박받으면서 통증이 생긴다. 추간판 탈출증이 오래 지속될 경우 생기기도 하지만 퇴행성으로 발생하는 게 보통이다. 허리가 아프고 엉덩이 부분이 내려앉는 것 같은 증상을 보이고, 다리가 저리고 당기며 화끈거리거나 차가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 걸을 때 다리가 조이거나 터지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앉아 있을 때의 통증은 추간판 탈출증보다 심하지 않고, 추간판 탈출증과 반대로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오히려 증상이 호전된다. '신경인성 파행'이라 해 걸을 때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증상이 더 심해지고, 앉아서 쉬면 통증이 다소 가라앉는 게 특징이다. 30, 40대 젊은 사람 경우 추간판 탈출증인 경우가 많고, 50대 이후엔 척추 협착증 환자가 더 많다. 40세 이후엔 추간판 탈출증과 척추 협착증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적잖다.

◆진단 및 치료 방법

추간판 탈출증과 마찬가지로 임상 증상만으로도 알 수 있지만 가장 확실한 진단 방법도 역시 MRI 검사다. 척추 협착증의 수술적 치료는 추간판 탈출증과 달리 척추 유합술이 주로 사용된다. 척추 유합술은 퇴행성 변화가 있는 부분을 제거해 신경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는 시술로, 금속 고정술 및 뼈 이식술을 동시에 할 경우 허리를 튼튼히 유지·지지할 수 있다. 비수술적 치료 방법은 추간판 탈출증과 같이 약물, 신경 주사, 물리, 운동 치료, 보조기 착용 등의 방법이 사용된다. 그러나 노인성 질환이기 때문에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이 함께 있을 수 있고, 특히 당뇨병성 말초 신경염으로 다리 통증 및 감각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수술 전 내과적 진단 및 치료를 먼저 받는 게 좋다. 이 경우 척추 협착증 수술을 해도 증상이 낫지 않기 때문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전재홍 늘열린성모병원 원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