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우리말을 잘 모른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책에 게재된 소설, 시, 수필 등에서 오류가 있다면 '설마'하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문학작품에서의 오·탈자는 작가가 모르고 쓴 표현이든지 아니면 편집과정에서의 오류든지 간혹 눈에 뜨인다.
필자가 지난번 게재한 '詩(시) 표현 유감'에서 인용한 시와 시조의 표현 중에서 '할 일없이'와 '동시성을 띈'의 경우 작가의 시집과 시조집에는 '하릴없이'와 '동시성을 띤'으로 바르게 표기되어 있으나 다른 지면에 인용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로 드러났다. 글자는 生物(생물)과도 같아 한순간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 퉁퉁 부은 젖멍울이 쑥 빠져나가는 듯한 찌릿한 충만감과 동시에 밀려오는 졸음이 불면증 속에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었다." "화가의 고뇌와 여인의 눈물은 사라진 젖무덤의 자리에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 냈고, 그녀는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감동적인 여인으로 변했지." "밤사이 촉촉한 봄비 내리더니 가지 끝 꽃망울이 소녀의 젖멍울처럼 탱탱하다." "마악 생기기 시작한 젖멍울을 할머니가 치마 말기를 뜯어 만들어 준 띠로 꽁꽁 동인 언니는 홑이불의 스침에도 젖이 아파 가슴을 싸쥐며 돌아누워 앓았다."
'젖멍울'과 '젖무덤'을 혼동하고 있는 경우인데 네 문장 중에서 세 번째와 네 번째 글의 '젖멍울'은 '젖무덤'의 잘못이다.
'젖멍울'은 젖이 잘 분비되지 않아 젖에 생기는 멍울 또는 乳腫(유종·유방염으로 젖이 곪는 종기)으로 "젖멍울이 서다." 로 쓰인다. '젖무덤'은 성숙한 여자의 젖꽃판 언저리로 살이 불룩하게 두드러진 부분을 말하며 "아아, 나는 그 부드럽고 따스한 젖무덤 사이에 내 빈핍한 얼굴을 묻어야 할 것이었다."로 활용한다.
원로 국문학자이자 민속학자인 김열규 교수는 "책 읽기는 나에게 삶이었다. 그건 날이 갈수록 전에 없이 더욱더 진실해져 가는 진실이다."라며 책 읽기가 자신의 天福(천복)이었다고 최근 발간된 '독서'(비아북)에서 책과 함께한 자신의 한평생을 술회했다. 평생을 책과 함께해 온 김 교수는 "책 읽기와 함께한 지난날을 돌아보니, 그 오랜 자국들이 새삼스럽다. 눈밭에 찍힌 발자국 같아 보인다. 아쉬움이 있다면, 그건 미처 못 읽은 책들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가을 독서의 계절에 '미처 못 읽은 책들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없도록 마음의 양식을 가득 채워보자.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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