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테이블 세터진을 꾸며라.'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삼성 라이온즈는 1, 2번 타자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 중심 타선 앞에서 찬스를 만들어주는 테이블 세터진을 찾는 것이 내년 시즌 삼성 타선의 과제다.
삼성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롯데 자이언츠는 김주찬과 이인구, 플레이오프에서 상대한 두산 베어스는 이종욱, 오재원이라는 수준급 테이블 세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모두 타격 능력이 좋은 데다 빠른 발을 이용,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 삼성 배터리는 이들이 살아나갈 때마다 도루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바짝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반면 삼성의 테이블 세터로는 상대 배터리를 흔들기 어려웠다. 올 시즌 삼성의 톱타자는 지난해 타율 0.267로 부진했으나 올 시즌에는 타율 0.316로 선전한 박한이. 선구안이 좋고 투수와의 수 싸움에도 능할 뿐 아니라 찬스에도 강한 수준급 타자이긴 하지만 빠른 발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 전형적인 톱타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2006년 박한이는 15차례 도루를 성공시켰지만 2007년 10개로 줄었고 올 시즌에는 5개에 불과했다. 시즌 중 잠시 뛰기도 했던 3번 타자로서는 흠을 잡을 만한 것이 아니지만 톱 타자로서는 부족한 부분. 경기 중 달리는 모습에서도 날렵함을 찾기는 힘들다. 더구나 마땅한 2번 타자감이 없어 그같은 약점이 더욱 두드러졌다.
가을잔치에서는 맹활약했지만 김재걸, 신명철은 시즌 중 2번 타자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공격력이 처지는 점이 문제였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맹타를 휘두른 신명철의 시즌 타율은 0.184에 그쳤다. 빠른 발도 출루를 하지 못 하니 크게 돋보이기 어려웠다. 큰 스윙을 여전히 버리지 못한 데다 경기 상황과 볼 카운트에 따른 승부에도 아쉬움이 있었다.
1, 2번 타자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신인 우동균도 현재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구단의 평가. 고교 시절 3번 타자였던 탓인지 작은 체구에 비해 스윙이 크다. 내년 같은 수비 위치(좌익수)에 심정수가 복귀한다면 우동균이 출장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다 작고 간결한 스윙을 익히는 등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다.
때문에 내년 데뷔 무대를 가질 김상수(경북고 졸업 예정)에 거는 삼성의 기대가 더욱 크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지만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능력이 돋보이는 데다 승부 근성과 남다른 성실함으로 더욱 칭찬을 받고 있는 김상수가 빠르게 프로 무대에 적응한다면 테이블 세터진의 한 축을 맡을 수도 있다.
중심 타선 앞에서 찬스를 만들어주는 테이블 세터를 강화해야 올 시즌 5위에 머문 삼성의 득점력도 한층 좋아질 수 있다.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등 신예 거포들이 눈에 띄게 성장해 중심 타선의 구성에는 한 시름을 던 삼성이 어떤 식으로 테이블 세터진을 꾸릴지 주목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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