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금융감독원 김건섭 자본시장 조사1국장

금융감독원 김건섭(53) 자본시장조사1국장은 요즘 마음이 무겁다. 유례없는 증시폭락 현상이 자신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에서다.

김 국장은 증권 부문만 무려 25년을 담당했다. 증권감독원의 대리로 시작해 금융감독원 국장에 이르기까지 증권 쪽만 맡아왔다. 그래서 국내 증권 행정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요즘 증시 폭락으로 고통받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안타깝고, 죄송스럽기만 하단다.

물론 엄밀하게 따지면 김 국장과 증시 하락 간에 직접적인 연관은 적다. 그의 업무는 소위 '한탕 해먹고 튀는' 증권 사기꾼들을 적발하는 일이다. 그를 통해 검찰에 고발된 주가 조작, 투자사기 혐의자 등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특히 1990년대 후반 특정 주식의 주가 상승을 위해 무한 매입 작전에 나섰던 일당 4명 중 1명이 '배신'해 주식을 팔자, 살인으로까지 이어졌던 사건은 그가 적발한 사안들 중 가장 충격적인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따라서 그가 자식들에게 전하는 가훈은 '건전한 사회인'. 그 속에 배인 뜻은 '조금 손해보고 살자'이다. 그가 펴낸 에세이 '머물지 않으면, 떠나지도 않는 것을' 중 "군대에서 사역을 하게되면 가장 무거운 물건을 골라 먼저 운반하곤 했는데,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참 내가 의젓했었구나'하며 스스로 만족해 합니다"는 대목에서도 그의 이같은 철학(?)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의외로 조직내 내 평판은 좋지 않다. 일에서만큼은 원칙을 철저하게 고수하기 때문에 선후배 사이에서는 '비호감'으로 불린다는 것. "어머니는 '양보가 이익'이라고 가르쳤지만 회사에선 통하지 않았습니다. 조직에 누를 끼치면서까지 양보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거죠. 또 일에 대한 욕심은 그 사람의 자존심과 연관돼 있어 쉽게 양보하고 말고 할 사안이 못 됩니다."

대구 동인동에서 태어나 경북중·고를 나온 김 국장은 뚝방길마다 섬유회사 방직물이 널려 있던 1970,80년대 대구시 풍경을 바라보며 자란 세대다.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의 대구는 길을 잃을 정도로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더딘 발전은 많이 아쉽단다. 지역 사정이 궁금하면 동생에게 전화로 캐묻곤 한다. 호적계장을 지낸 부친(김병남)을 따라 공무원이 된 동생인 대구시청 김부섭 복지담당관이 나름대로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대구도 유명한 금융기관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투자·이익 실적이 뛰어난 회사 몇 개만 있다면 금융도시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지금은 네트워킹이 잘 돼 있어 여의도 같이 증권·금융사가 한데 몰려 있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적당한 인재만 있다면 대구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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