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인 헤어스타일과 교복, 거기에다 치열한 성적경쟁으로 학교생활이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 일부 학생들은 틀에 박힌 학교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상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곳이 이른바 '대안학교'다. 1990년대부터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98년부터는 대안학교들이 '특성화학교'라는 이름으로 잇따라 '제도권' 안으로 진출하고 있다. 대안학교, 그곳은 어떤 학생들이 생활하고 어떻게 운영되는 곳일까?
◆인가형 대안학교 전국 29곳
대안학교는 인가형과 비인가형으로 나뉜다. 인가형은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학교로 정규학교처럼 학력을 인정해줄 뿐 아니라 교사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지원받는다. 인가형 학교는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인가형 대안학교로는 전국에 중학교 8곳, 고등학교 21곳 등 모두 29곳이 있다. 대구엔 달구벌고, 경북엔 경주화랑고가 여기에 포함된다.
비인가형은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힘들다. 지난해 7월 교육부가 펴낸 '대안교육백서'에 따르면 2006년 12월 말 기준 전일제 비인가 대안학교는 전국에 70곳이라는 것. 하지만 최근 2년 사이에 개교한 학교가 있는가 하면 미처 파악되지 않은 학교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숫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발방법
대안학교들은 보통 11월을 전후해 신입생을 모집한다.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은 지필시험 없이 서류전형과 심층면접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한다. 달구벌고는 서류전형시 학생 자기소개서와 함께 학부모 소개서도 요구하고 있다. 원서 접수는 다음달 22일까지, 모집인원은 40명 정도. 1차 서류전형을 통해 뽑힌 학생들은 2차로 2박 3일 일정의 심층 면접 캠프를 거쳐야 한다. 경주화랑고는 11월 18부터 21일까지 원서를 받으며 모집인원은 40명 정도다. 이 학교도 2차에서 이틀간의 심층 면접을 하게 된다.
이들 학교들이 학생선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학생들의 적응도다. 대안학교를 왜 선택했는지에 대한 뚜렷한 생각과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단체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되는 것. 또 학부모의 교육철학도 빠질 수 없는 평가 항목. 달구벌고 이승훈 교사는 "학부모의 이해와 참여 의지, 소신 등이 학생 의지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심층 면접에서 학부모 참여를 필수 사항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어떤 공부하나?
대안학교들은 일반학교들에 비해 성적에 따른 압박은 거의 없다. 대신 특기적성 교과목과 체험학습 등 일반 학교에서 하지 않거나 하기 힘든 수업들이 많다. 인가학교들은 국민이면 반드시 이수해야 할 '국민기본공통과목'과 함께 특성화 수업과 체험학습 등 다양한 교과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생활체육이나 음악, 미술 등 각종 특기적성을 위한 교과목이 정규 교과목처럼 평가받는다.
달구벌고는 무엇보다 '작은학교'란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문학이나 음악 등 영역별로 교사들이 학생들을 모아 체험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 스스로 꿈과 진로를 찾을 수 있게끔 도와준다. 경주화랑고는 인성교육이 특화돼 있다. 1개조에 학생 10명씩 편성돼 매일 일기를 쓰고 이를 통해 선후배들이 조언을 해주고 토론하는 '마음공부'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주화랑고 추군호 교사는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생활과 향후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들의 진로는?
'대안교육백서'에 따르면 2007년 2월 전국 대안학교 졸업생은 모두 782명(비인가 1천153명 포함)이었다. 이 가운데 85%가 대학에 진학했고 취업과 재수 등 기타가 15%였다. 통계에서 보듯 대안학교의 최종점은 일반 학교처럼 결국 대학 진학이다. 달구벌고의 경우도 졸업생의 대부분은 대학 진학으로 진로가 결정된다. 대안학교 특별전형을 통한 수시모집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달구벌고 이승훈 교사는 "1, 2학년 때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별로 없지만 3학년이 되면 대학 진학 외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며 "3학년 학부모들은 아무래도 공부에 대한 욕심을 내게 된다"고 말했다. 경주화랑고도 마찬가지. 졸업생의 90% 이상은 4년제나 전문대에 진학한다.
◆학비는?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의 경우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인건비나 운영비 등을 지원받기 때문에 비인가 대안학교에 비해 학비가 싼 편이다. '대안교육백서'에는 수업료와 기숙사비 등을 포함해 1인당 연 평균 학생부담금은 고교가 426만원, 중학교가 393만원으로 나와 있다.
달구벌고와 경주화랑고는 등록금은 일반 고교와 같다. 단지 기숙사비와 특성화수업이나 체험학습 비용이 별도로 추가된다. 이럴 경우 달구벌고는 한 달에 50만~60만원, 경주화랑고는 한 달에 45만~50만원 정도 들어간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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