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야 놀자] 희소성의 변화

옛날 소금은 전매품

'소금'은 인류의 역사와 같이해 왔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미라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소금을 얻기 위해 교역을 했으며,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기원전 425년에 리비아 사막에 있는 소금 광산을 방문했다는 기록이 있다.

소금의 역사를 좀 더 살펴보자. 유럽에서는 기원전 6세기 로마에서 소금의 판매권을 정부가 장악했고, 중국에서도 춘추시대부터 소금의 전매제(국가가 재정수익을 얻기 위해 특정 물품의 판매 및 생산 권리를 독점하는 제도)가 있었다. 우리나라 또한 고려시대에 국가가 소금 생산권을 갖고 개인의 소금 생산이나 판매를 엄하게 다스렸으며, 조선시대에도 전매제가 시행된 바 있다.

국가 사이에도 소금은 매우 중요한 무역 상품이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는 많은 양의 소금이 생산됐는데 상인들은 생활 필수품을 주고 이 소금을 산 뒤 서아프리카까지 가서 황금이나 노예, 상아 등으로 교환하는가 하면 유럽으로 직접 공급하기도 했다. 소금이 워낙 귀한 물품이다 보니 소금이 나는 곳은 외부의 침략자들로부터 약탈의 주 타깃이 됐다. 소금은 화폐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무역에서 교환수단으로 사용됐을 뿐만 아니라 지급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로 로마 군인들이 급료를 소금으로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어떨까. 예전처럼 소금이 그다지 비싸지 않다. 이는 소금의 수요가 줄어든 반면 공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소금의 수요는 소금을 너무 많이 먹는 게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과 함께 냉장기술의 발달로 음식 보존에 더 이상 소금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 등의 요인이 작용했다. 과거에는 자연에서 채취(천일염)할 수밖에 없어 생산이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인공 재제염의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금 공급이 크게 는 것이다.

소금값이 저렴하다 보니 심지어 눈 오는 날 도로가 어는 것을 막기 위해 모래 대신 소금을 뿌리기도 한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여전히 소금이 귀한 물건으로 대접 받는 곳이 있다. 최근 방영된 '차마고도'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염전 활동과 소금 채취가 중요한 생산 활동임을 알 수 있다. 티베트 동부 옌징의 젊은 여인들은 지금도 소금물을 수많은 염전에 힘들게 길어다 소금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남자들은 이렇게 만든 소금을 시장에 내다 팔아 다른 생필품을 구입한다. 소금이 중요한 생계수단인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쉽게 소금을 얻을 수 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재화의 가치는 언제 어디서나 일정한 것이 아니고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그런 현상이 생길까. 바로 '희소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대 간 희소성의 차이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지만, 지역 간 희소성의 차이는 무역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또 희소성을 해소해주는 과정에서 돈을 벌 수 있는데 한 지역에서 풍부한 물건을 싸게 사다가 그 물건이 귀한 곳에 비싸게 팔면 되는 것이다. 혹시 우리나라에서 소금을 사 티베트에 가서 팔면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비행기 값이 훨씬 더 들 것 같다.

정상만(대구은행 황금PB센터 PB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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