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新 맹부·맹모 다이어리] 딸 수영 국가대표 키운 박춘화씨

"잘 하는 분야 자신감 갖도록 뒷바라지"

▲ 박춘화씨는 자녀가 일단 운동을 선택했다면 항상 자녀를 믿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창훈기자
▲ 박춘화씨는 자녀가 일단 운동을 선택했다면 항상 자녀를 믿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창훈기자

"물을 그렇게 무서워하던 아이가 지금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영선수가 됐으니 참 감회가 새로워요."

박춘화(49·여·대구 수성구 범물동)씨는 딸 이재영양의 과거를 회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대구체고 2학년인 이양은 최근 전국체전 여고부 수영 부문에서 2관왕을 기록한 유망주.

"어렸을 때 목욕탕에 데려가면 탕 안의 물이 무릎까지만 와도 기겁을 했어요.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을 가도 모래만 만지거나 물 밖에서만 놀았죠." 평소 운동을 좋아했던 박씨로서는 딸이 물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렇게 해서 다섯살 때 보낸 곳이 아기스포츠단 수영부였다.

딸은 울면서 안 가겠다고 버텼지만 박씨는 1년 동안을 줄기차게 보냈다. 그것이 계기가 돼 재영양은 초교 1학년 때 교내 수영부에 들어가면서 수영과의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초교 2학년 때 대구 아마추어대회 50m 부문에서 1등을 했죠.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뛰어요." 하지만 초교 4학년 때 소년체전에 참가해 4등을 하자, 박씨와 재영양 모두 실망이 컸다. "방과 후에 합동훈련도 하고 2개월 동안 새벽 훈련도 하면서 많이 힘들어했죠.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아 포기하고 1년 동안 쉬었죠. 그러다 초교 5학년 때 다시 수영을 하더라고요."

박씨는 딸이 초교 6학년이 되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반에서 부회장도 하고, 성적도 상위권이라 '공부'를 해서 진학을 할 것인지, 수영을 계속 할지에 대해 고민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해(2003년) 대구U대회를 앞두고 열린 프레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자신감이 붙어 수영으로 방향을 잡았다. "자식이 잘할 수 있고 잘하는 분야로 진로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잖아요. 물론 학업에 대한 미련도 있었지만 주위에 보니까 공부만 잘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그러나 중학교에 수영 특기생으로 들어가면서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딸이 너무 고된 훈련 때문에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 것. "한 번은 수영을 포기하고 공부로 성공하고 싶다는 장문의 편지를 써서 제 책상에 올려놨더라고요. 하지만 본인이 어렵게 선택한 것이니까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다독거렸죠."

그렇게 위기를 극복하자 딸은 중 2때 전국대회에서 2관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고등학교 때까지 잇따라 메달을 따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중 2때 국가대표 후보로 뽑혔고, 고 1때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것.

"운동은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가 어렵죠. 공부는 반에서 5등 정도 하면 거기에 맞춰 대학을 진학하면 되지만 운동은 그런 선택의 폭이 많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죠." 하지만 박씨는 수영을 선택했기 때문에 항상 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노력한단다.

객관적 입장으로 자식이 재능이 있는지를 관찰한 뒤 일단 선택을 하면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딸 칭찬을 많이 한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도 딸을 칭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박씨는 "힘들더라도 자식을 믿고 포기하지 않도록 잘 붙들어주는 것이 부모의 할 일이다"고 말을 끝맺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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