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 민재가 집을 떠나 기숙사로 가면서 자기 방에 걸어놓은 달력 속에 이런 글귀가 있다. '인생을 풍요롭고 아름답고 선한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껏 즐기면 행복은 이미 당신의 손 안에 있다.' 몇 년 전, 민재 선생님의 정년 퇴임사에서도 의미심장한 한마디가 있었다. '인생의 순간은 선택의 연속이다.'
매번 최선의 선택을 한다고 머리를 싸맸는데 지나고 보면 어떤 보이지 않는 큰 힘이 있어 오늘의 당신을 있게 만든 것 같다. 때로는 견디기 힘든 시련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넘치는 행복을 맛보게도 해주는 것 같다.
동네 어르신들은 "사람마다 다 자기만의 그릇의 크기가 다르다"고 말한다. 누구나 최고의 경지에 오르고 싶어하지만 정작 최고가 되고자 후회 없는 노력을 다한 뒤 하늘의 뜻에 맡기는 자세도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요즘처럼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들에게는 더욱더 그럴 것이다. 운이 칠이고 기술이 삼이라는 '운칠기삼'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모형항공기대회에 제자들이 수차례 상을 받도록 지도한 선생님을 만나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선생님 말씀이 "아무리 잘 할 것이라 장담하고 대회를 내보내도, 기술이 삼할이면 그날의 운이 칠할"이라고 했다. 후회 없는 노력을 기울인 다음 그 다음은 승리든, 아니든 그것은 하늘에 맡기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실패도 덜 두려울 뿐더러 실패를 하더라도 그것이 나에게 더 나은 앞날을 위한 밑거름이 되리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 것이다.
노벨상 수상 소식이 한창이던 어느 날 우연하게 읽은 '노벨상 수상자 36인의 공부법'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공부의 성공은 부지런함에 있고 사고의 근원은 의심에 있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때까지 힘을 다하라. 집착을 중시하라.'
일반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덕목은 목표를 향한 적극적인 태도와 한 번 결정한 일을 포기하지 않는 끈기, 활달한 마음가짐, 세심함 등이라고 한다. 거기에다 한 가지 더 보태고 싶다. '단순함'. 어떤 일을 할 때 몰두하고 집중하기 위해서는 단순함도 필요하다.
미국에서 오래 전에 정형외과를 개원한 시숙부님은 칠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아직 돋보기를 끼지 않고 정형외과 수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휴대폰의 메시지를 멀리 띄워서 보지 않는 것이 너무 놀라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시숙부님은 "단순하게 생활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생각과 생활, 계획을 단순화하다 보니 눈도 그렇게 적응이 됐다고 했다. 매일 오전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고 저녁에도 일정한 시간에 취침하며 무리한 음주나 과식을 하지 않는 단순한 생활이 기본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었다. 또 미래의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단지 최선을 다 한 뒤 마음을 비우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고 했다.
그렇다. 비결은 단순함이다. '진인사 대천명'이란 자세로 사는 것. 우리들의 눈도 돋보기 없이 평생을 살 수 있도록 지금부터 마음 훈련을 한 번 해보자. 일본의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한 학자도 단순하게 생활한다고 했지 않았던가. '오전 9시 2분에 산책, 오전 9시 26분에 목욕'하는 식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한결같이 반복하기를 좋아했다고.
그 얘기를 막내 녀석에게 했더니 저녁에 그 수상자 흉내를 낸다. "엄마, 우리 9시 26분에 만두 먹고 잘까"라고.
정명희(민족사관고 송민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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