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라이온즈, 토종 선발 투수가 필요하다

'국내 선발 투수를 발굴하라.' 삼성 라이온즈가 올 시즌 험난한 행보를 이어갔던 것은 부실한 선발 투수진 탓이 크다. 가을 잔치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지만 이때도 삼성의 발목을 잡은 것은 선발 투수진. 특히 내년 뿐 아니라 이후에도 삼성이 상위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선수 가운데 선발 투수를 더 키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올 시즌 삼성은 배영수, 윤성환과 외국인 투수 2명에다 전병호나 이상목 등으로 5인 선발 체제를 갖췄다. 5, 6이닝을 3실점 정도로 막아내는 것이 선발 투수의 기본적인 임무이지만 삼성 선발 투수진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였다. 선발 투수가 아니라 첫 번째로 나오는 불펜일 뿐이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선발진은 불안했다.

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의미하는 퀄리티 스타트(quality start)는 선발 투수의 능력을 재는 잣대 중 하나. 삼성에서는 24번 선발 등판한 윤성환(평균자책점 3.92)의 퀄리티 스타트 횟수가 7번이었고 배영수(4.55)가 23번 선발로 나와 6번, 각각 21차례와 17차례 선발로 투입된 이상목(5.34)과 웨스 오버뮬러(5.82)가 4번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에서 가장 안정적이었던 윤성환과 평균자책점이 비슷한 롯데 자이언츠의 송승준(3.76)과 LG 트윈스의 크리스 옥스프링(3.93)은 팀 내 2선발급이었음에도 각각 26번과 29번 등판해 14차례, 13차례나 퀄리티 스타트를 했다.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고 복귀한 에이스 배영수가 수술 후유증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그나마 삼성이 버틴 것은 정현욱 등 상대적으로 구위가 좋은 투수들이 몰려 있는 불펜의 힘 덕분이었다. 하지만 시즌 내내 큰 부담을 진 불펜의 과부하는 피하기 어려웠다. 타선이 많은 점수를 뽑아주지 못한 탓도 있으나 불안한 선발 투수진이 더 큰 이유였다. 내년 시즌 선발을 강화하지 않으면 핵심 불펜의 체력이 견뎌낼 수 있을지가 문제다.

배영수가 내년에 구위를 회복한다손 치더라도 윤성환 외에 선발 세 자리가 빈다. 삼성은 외국인 투수 2명을 데려올 계획이지만 올 시즌 실패 사례에서 보듯 이들의 성공 여부를 점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 구위가 처지는 노장 투수들 대신 정현욱, 안지만 등 불펜 가운데 최소 1명 정도는 선발로 돌려 선발 투수진의 공백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삼성 마운드의 강점은 강력한 불펜. 여기서 선발 요원을 빼내 가면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격이 될 수도 있지만 불펜의 중심축을 1, 2명 남겨두고 베테랑과 젊은 투수들을 조합해 마무리 투수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지키는 식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변화는 위험할 수 있지만 젊거나 노력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