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대구시청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대구·경북병원회와 대구시가 병원 공동 브랜드명을 '대한민국 의료특별시, 메디시티 대구'로 정하는 날이었다. 거창한 브랜드명에서 보듯 대구의료에 거는 기대도 크지만 그만큼 내실을 다지는 것도 과제다.
대구는 의료관광에 관해선 한국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선두 주자다. 대구시는 지난해 11월 의료관광 계획을 수립한 뒤 올 3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료관광 전담 부서를 신설하면서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 및 의료기관 지원에 나섰다. 첫 시도인 만큼 시행착오나 한계도 많다. 의료관광 분야가 방만하면서도 일부 과목에 치우쳐 있고, 콘텐츠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미래가 암울한 것은 아니다. 우수한 의료진과 의술,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진료 및 시술 비용 등은 대구만이 가진 장점이어서 의료관광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 대구 의료관광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대구시의 자화자찬?=올들어 지난달말 현재 대구를 찾은 외국인 의료관광객은 모두 10여개국 531명. 관광 불모지에서 힘겹게 노력해 거둔 작지않은 성과다.
지난 2월 필리핀 LG전자 바이어 18명이 계명대 동산병원에 건강검진을 온 것이 대구 의료 관광의 시작이었다. 지금은 요셉성형외과, 김&송성형외과, 이경호성형외과 등에서 시술을 받았거나 대기 중인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해외관광객만 100명이 넘는다. 특히 성형관광객 중엔 태국 등 동남아 유명연예인, 중국 부유층 및 연예인 지망생 등이 포함돼 있다. 의료관광 대상 국가도 중국에서 일본, 미국, 태국, 대만, 필리핀, 베트남, 홍콩, 중동, 폴란드, 알제리,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마카오, 사이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음달엔 일본 모발이식 관광객들이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를 방문, 모발 이식 의료 관광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제대로 된 유치 활동을 통한 작품은 크게 많지 않다. 병·의원에서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이뤄지던 외국인 환자 시술 등이 포장, 확대되거나 해외에 현지 법인을 둔 대기업에서 연결해 준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각종 외국인 의료기관 방문 실적을 모으고, 또 마치 시가 유치한 양 홍보해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 사업 시행 초기 의료관광 분위기를 띄우고 성과물을 내기 위해서였지만 일부 병·의원이나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연결시켜 준 대기업으로부터 '혼자 잘났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대구시가 의료관광 활성화를 통한 의료산업 동력을 만들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성과가 별로 없다보니 처음엔 초기 병·의원들의 사업을 포장해 시의 성과인 듯 홍보하고 있다"면서 "시가 노력은 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별로 없으니 외국인이 스쳐만 지나가도 포장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의료관광 시행 초기라 병·의원에서 의료관광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보니 시가 나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오해"라며 "지금까지의 성과는 각 의료기관의 노력도 있었지만 시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비자 발급, 병·의원 연계 및 예약 조정, 손님맞이 등 의료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명했다.
◆특화된 의료 분야 거의 없어=의료관광객 유치 분야도 건강검진, 성형을 비롯해 피부, 치아, 모발 등 방만하기만 할 뿐 제대로 특성화된 분야가 거의 없다는 지적도 많다. 미용성형의 경우 의료관광객의 대구 방문이 잇따르고 있지만 병·의원 개개인의 '각개전투' 결과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결과물이 아닌 셈이다.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한 시스템과 콘텐츠도 부족하다. 명색이 '의료관광'인데도 연결할만한 관광 인프라가 많지 않고, 외국인 환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토털 연계 시스템 및 유인책도 부족하다. 대구경북연구원 박민규 융합산업연구팀 팀장은 "의료관광이 성공하려면 가격 경쟁력이 있든지 확실히 특화된 분야가 있어야 하는데 대구의 경우 현재로선 관광 인프라, 특화 상품 등 콘텐츠가 너무 없다"며 "현재 성형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다소 치우쳐진 경향이 있는 만큼 대구시가 정책적으로 특화 분야를 만들어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 관계자도 "대구엔 관광을 하거나 쉬면서 회복기를 가질 만한 인프라가 너무 없다"며 "대구시가 관광지, 먹거리 등 보다 많은 관광 상품을 개발해 눈에 띠는 성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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