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영사관 책임다했나" 中 관광객 억류 전말

지난 23일 중국 황산(黃山)에서 16명의 대구 관광객들이 현지 여행업체에 의해 24시간 억류됐다는 소식(본지 27일자 6면)이 전해지면서 여행업계는 가뜩이나 고환율로 줄어든 관광객이 더 줄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억류 사태를 놓고 피해자들은 한국 총영사관의 무성의를 비판했고, 총영사관 측은 할 일을 다했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어떻게 이런 일?=상해의 한국 총영사관은 "이번 관광을 진행한 대구의 A업체는 중국쪽 여행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했고, 그 과정에서 대금 정산 부분에 대한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결국 관광객들을 볼모로 잡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행업계는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사고"라는 반응이었다. 해외 패키지 관광 상품은 중계업체(land office)를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게 보통인데 이번처럼 개별 여행사가 해외 현지 여행사와 직접 접촉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중계사는 중국, 태국 등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여행상품만 다뤄 현지 사정에 밝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현지 사정을 잘 모른 채 중국 업체와 직거래하다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괜히 불똥이 여행업계 전반으로 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영사관은 뭘 했나?=사후 조치를 놓고 억류됐던 여행객들과 상하이 한국 총영사관의 주장은 판이했다.

여행객들은 "외국에 나가있는 한국인을 보호해야 하는데 정작 총영사관에서는 전화만 몇 차례 걸려왔을 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춘복(75·서구 비산동)씨는 "버스에 갇혀 있는 13시간 동안 상하이 총영사관으로 수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어떻게 된 사정이냐'고 되묻는 전화만 몇 차례 걸려왔다"고 했다.

또다른 여행객은 "심지어 한국 외교통상부 직원이 알려준 상하이 총영사관의 전화번호조차 엉터리였다"며 "결국 총영사관과 통화를 하기 위해 대구에 있는 딸에게 연락해 전화번호를 수소문해야 했다"고 말했다.

반면 총영사관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국내 여행사와 현지 여행사 간의 계약 관계에서 발생한 금전적 문제이기 때문에 대구 업체에 전화를 걸어 빠른 해결을 독촉하는 것 외에는 해 줄 방법이 없었다"며 "관광객들이 일정보다 이틀 일찍 대구로 돌아오는데는 영사관에서 항공업체의 협조를 구해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형사 처벌은 가능한가?=억류됐던 관광객들은 총영사관에 진술서를 제출하고 현지 가이드와 버스 운전자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형사 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법규에 피해자 중 한 명이 현지를 방문해 고발 및 피해사실 진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사 측과 중국 현지 여행사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것도 문제다. 총영사관 측은 27일 중국 업체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지만 "한국 A업체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금이 1천600만원에 달하며, 이번 관광에서 못받은 돈도 160만원"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총영사관 측은 "한국 여행사와 전혀 상반된 주장을 해 어느 쪽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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