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죽령표지석 한글→한자 교체 논란

▲ 한글을 지우고 한자로 글을 새겨 넣고 있다.
▲ 한글을 지우고 한자로 글을 새겨 넣고 있다.

영주시가 영남의 대표적 관문에 설치된 경계표석의 글씨(한글)가 지역이미지(선비의 고장)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글을 지우고 한자표기를 추진, 문화단체와 지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영주시는 1996년 충북 단양군과 영주시의 경계인 죽령 고갯마루에 사업비 5천만원(도비)을 들여 높이 3.8m, 폭 2.6m 크기의 자연석에 '영남관문 죽령 경상북도 여기는 영주시입니다'란 경계 표석을 설치했다.

그러나 영주시는 최근 경계표석의 한글이 지역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립 당시 서체를 제공했던 원로 서예가인 삼여재 김태균(76)옹의 양해도 없이 글을 갈아 삭제한 뒤 지역 출신 출향인 서예가로부터 서체를 제공받아 한자 표기 작업을 추진 중이다. 시는 한자변환이 어려운 지시어나 서술어인 '여기까지'와 '입니다'는 한글로, 나머지 13자는 모두 한자로 바꾸기로 했다.

이에 대해 지역 문화단체 관계자는 "역사적 애환을 지닌 영남의 대표적 관문의 표석을 바꾸는 일은 신중해야 함에도 당시 건립에 동참한 지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글을 삭제하고 한글로 표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외형만 선비의 고장을 찾을 것이 아니라 기본부터 지킬줄 아는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주시 관계자는 "선비의 고장의 이미지를 떠오르는 게 하는 것이 한자라는 뜻에서 한글을 한자로 교체하기로 했다"며 "표석에 글쓴이가 표시돼 있지 않아 김 옹의 서체인지는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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