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소소한 政爭 벗고 위기극복에 힘 합칠 때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여야에 대해 '비상 국회'를 주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나라가 흔들리는 이때 국회가 앞장서 경제난국 극복에 나서달라는 절박한 호소다. 그럼에도 야당으로부터 돌아온 반응은 타박뿐이었다.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일부 야당의원들은 딴전을 피우거나 아예 퇴장하는 일도 있었다.

지금 국민은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세계 금융위기의 파고 앞에서 떨고 있다. 시장은 과도한 공포감에 빠져 혼돈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진정시키기 위해 관련 경제 지표를 제시하고 동원 가능한 비상정책을 쏟아내도 먹혀들지 않을 정도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인 것이다. 이런 마당에서 정치권은 국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인데 소소한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외부충격의 위기상황을 두고 한가하게 '네 탓' 타령이나 하고 있는 것이다.

비장한 결의를 보여주지 못하는 여당이라면 집권당 자격이 없다. 한나라당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최소화하는데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한다. 백방의 묘책을 세우고 전력투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야당을 설득하고, 여의치 않으면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위기 극복을 국민과 담판짓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 한나라당 172석에는 그런 정국 주도에 대한 기대가 얹혀 있는 것이다.

야당 또한 반대를 위한 반대, 상투적 태클에서 벗어나 국회 전략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발등에 불이 급박한 때는 정권 견제보다 국민을 향해 여당보다 더 나은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빛날 수 있다. 정권의 실책은 나중에 따져도 늦지 않다. 얼마전 미 의회 야당인 민주당이 정부의 7천억 달러 구제금융안 표결에 여당을 제치고 더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을 보지 않았는가. 민주당이 정부 편을 들었다 해서 미국 대선에서 불리해졌는가. 그런 야당 자세가 성숙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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