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언제 사야할까'
내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매수 시기'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분양에다 경기 침체로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 불안으로 향후 하락세에 대한 우려가 있는 데다 대출에 따른 부담 또한 예전보다 높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 입주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매수' 보다는 '전세'를 택하며 내집 마련 시기를 미루는 실수요자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이야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 실물 경기가 변수가 될 수 있지만 대구 부동산 가격은 이미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다"며 "실수요자라면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내년 봄까지 매수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나홀로 떨어진 대구 집값
최근 내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의 불안감 중 하나는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는 수도권 집값. 전국 부동산 가격을 이끌어왔던 수도권 아파트 가격 추락이 결국은 전국 집값 하락의 또 다른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수치로 볼 때 서울과 지방, 특히 대구의 집값 지표는 엄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6년부터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대구의 9월 말 집값은 3년 전인 2005년 8월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전국 집값은 23%, 서울은 37%가 상승했다.
집값이 본격 상승한 2002년 이후 수치를 보면 수도권과 대구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서울은 69%가 오른 반면 대구는 15%가 올라 물가 상승률 정도의 소폭 상승세를 기록한 것. 같은 기간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도 45%를 기록해 대구와 세 배 정도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 강남의 경우 지난 7월부터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대구는 2006년 6월부터 2년째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분양대행사 장백의 박영곤 대표는 "서울 등 수도권은 IMF 이후 집값 조정기가 거의 없었지만 대구는 2006년부터 이미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집값 추이도 상당히 다를 것"이라며 "일부 고가 중대형을 제외한 중소형이나 기존 아파트 가격은 경기 악화란 변수를 빼고 나면 거의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이미 집값 조정을 받은 대구는 최근 집값 하락세가 불거지고 있는 수도권 등 타 도시와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시장 환경이 다른 셈이다.
◆내년 이후 대구 집값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내년 봄까지를 매수 타이밍으로 꼽는 이유는 현재 대구 집값 하락이 수급을 무시한 과다 공급의 영향이 큰 탓이다.
올해 대구 지역 입주 물량은 평균치의 두 배에 이르는 3만4천 가구로 2000년 이후 최대 물량을 기록 중에 있다. 그러나 내년도 입주 물량은 1만7천 가구로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즉 쏟아지는 입주 물량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현재 대구 집값이 지나친 약세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공급량이 줄면 가격도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114 이진우 지사장은 "기존 아파트는 지난해 이후 가격이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고 신규 입주 아파트도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며 "가격 약세에다 매물까지 넘쳐나고 있어 매수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기 침체란 변수가 남아있지만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시장에 서서히 영향을 미칠 경우 집값은 내년 상반기 이후 공급량 감소와 함께 바닥점을 찍을 가능성도 높다.
정부는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에 이어 3주택자 이상의 다주택자까지 양도세 중과에서 제외시킬 계획이다. 또 정책 금리가 대폭 인하된 점도 장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구 집값이 3년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매매 거래량도 상당히 위축돼 왔으며 그만큼 매수 대기 수요도 많다고 볼 수 있다"며 "실물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대구 집값은 향후 추가 하락 보다는 안정 또는 소폭 상승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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