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프랜차이즈 횡포 여전…가맹점 '속수무책'

▲ 불황 속에 프랜차이즈 창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횡포로 창업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지역 한 프랜차이즈 스크린골프연습장 가맹점은 가맹본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어겨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모현철기자
▲ 불황 속에 프랜차이즈 창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횡포로 창업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지역 한 프랜차이즈 스크린골프연습장 가맹점은 가맹본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어겨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모현철기자

#1. 신성균(52·대구시 달서구 대천동)씨는 2년 전 한 스크린골프연습장 프랜차이즈업체와 가맹점 계약을 맺었다. 경기침체로 제조업을 그만 두고 스크린골프연습장 창업을 결심한 신씨는 4억3천만원을 투자했다. 가맹본부는 신씨에게 3년이내에는 700m 이내에 가맹점을 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달랐다. 지난 6월과 8월 각각 400m, 800m 내에 같은 프랜차이즈의 스크린골프연습장이 잇따라 들어선 것. 당연히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한달 매출이 1천4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신씨는 앞이 캄캄해졌다. 고금리로 은행대출금만 한달에 250만원이 나가는 데다 인건비를 제외하면 남는 게 없다. 신씨는 "계약서를 통해 약속해놓고도 이제와서 나 몰라라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2. 지난 3월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한 외식업체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을 열었던 김모(43)씨도 수억원의 투자금을 날리게 됐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경영악화로 폐업직전에 처해 물품공급이 되지 않아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본사 대표는 검찰에 고소됐지만 투자금을 되돌려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김씨는 "가맹본부가 약속한 예상 매출액도 실제로 장사해보니 턱없이 낮았다"고 털어놨다.

불황 속에 프랜차이즈 창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횡포로 창업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가맹본부의 횡포를 막을 가맹사업법이 개정돼 정보공개서 제도가 시행됐지만 유명무실해져 창업자의 방패막이가 되지 못하고 있다.

가맹점 본사에게만 유리한 일방적인 계약 횡포에 가맹계약자만 손해를 보는 사례들이 늘어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부터 가맹본부가 재무상황, 가맹점 수, 가맹금, 영업조건, 교육내용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정보공개서등록을 의무화했다.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에게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중요 사항을 누락할 경우, 가맹사업법 제4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지 두달이 지났지만 관계기관의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공정위와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전국 프랜차이즈 업체 2천400여개 가운데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업체는 42.0%에 불과하다.

특히 대구경북은 프랜차이즈 업체 158개 중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업체가 33개로 20.9%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로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가 서울지역에서는 서울 소재 가맹본부들을 대상으로 서면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지만 등록률 최하위를 기록한 대구공정거래사무소는 아직 정보공개서 미등록 업체에 대한 지도단속계획이 없는 실정이다. 대구공정거래사무소 관계자는 "중앙에서 서면 실태조사가 끝난 뒤 지시가 내려오면 정보공개서 미등록 업체에 대한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실질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지역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정보공개서 등록을 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당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지역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에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정보공개서를 등록했지만 요즘엔 시들해지고 있다"면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업체가 계약의 절차가 불편해지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프랜차이즈업계 전문가들은 "정보공개서의 홍보부족과 담당기관의 단속의지 부족으로 소규모 영세 창업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실직자와 퇴직자 등 영세 창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보공개서 등록률을 높이기 위한 단속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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