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불어 사는 재미 느꼈어요" 정신장애인 체육한마당

▲ 28일 서구구민 운동장에서 열린
▲ 28일 서구구민 운동장에서 열린 '2008 함께하는 정신건강 한마당'에서 참가자들이 즐겁게 뛰고 있다. 참가자들이 정신장애인인 것을 알리길 원치 않아 얼굴을 모자이크처리했다. 사진-대구위니스 제공

28일 오전 10시 대구 서구 중리동 서구구민운동장. 4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지만 조용했다. 서로의 눈을 맞추기도 어려운 듯 발끝만 보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운동장 정면에 차려진 '2008 함께하는 정신건강 체육한마당' 무대는 스산함마저 느껴졌다. '정신장애'라는 편견어린 시선 때문에 외출조차 삼가하는 이들이지만 오늘 만큼은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축제를 즐겼다.

"혼자 있는 데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사람들 속에서 풀어내야 합니다."

행사전 조용했던 분위기와 달리 이날 오후 3시까지 이어진 체육대회에는 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한 팀이 된 참가자들은 달리고 뒹구느라 땀이 흐르는 것도 몰랐다.

'풍선탑쌓기', '줄다리기', '6인7각' 등으로 함께 어울리는 동안에도 이들에게 결과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내남없이 즐길 뿐이었다. 이들이 가장 좋아한 경기는 6명이 한 조가 돼 한 걸음씩 내디뎌야 하는 '6인7각' 경기. 어깨동무를 하고 있던 한 명이 넘어지자 옆 사람도 휘청거렸지만 앞뒤에서 서로를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다.

10여년간 정신장애라는 이유로 혼자서 생활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는 이주형(가명·35)씨는 "시설을 이용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배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이씨처럼 사람들에게 마음을 잘 열지 못하는 특성을 보이는 정신장애인들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낯선 이에게도 선뜻 말을 건넸다. 김승찬(28·대구위니스 사회복지사)씨는 "정신장애인들은 시설 안에만 머물며 재활을 해왔는데 오늘은 영 딴 판"이라며 "누가 정신장애인인지 구분할 수 있겠느냐"면서 웃었다.

이날 처음으로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했다는 정지영(24·여·계명대 광고홍보)씨는 "지인의 소개로 참여하게 됐는데 머릿속에만 있던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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