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월의 마지막 밤 ]추억샘 자극하는 영화'책'공연 등

'다시 한번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자'. 2000년 국내 개봉된 영화 '쉘 위 댄스' 홍보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문구다. 평범한 중년 남자가 건조한 일상 탈출을 위해 사교댄스를 배우는 과정에서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중년의 감성을 자극하며 국내서도 화제가 됐다. 중년은 지나간 추억, 못다 이룬 꿈을 하소연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한 시기다. 중년의 일탈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자기를 이해받고 싶어하는 소망의 표현이다. 중년의 추억샘을 자극하는 영화'책'공연 등을 소개한다.

◇영화

▶ 맘마미아=팝 그룹 아바의 히트송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원작이다. 아바는 'Dancing Queen', 'SOS' 등 수 많은 히트곡들을 발표해 1970~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바를 좋아하거나 원작 뮤지컬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영화다. 뮤지컬에서 볼 수 있었던 화려한 의상과 군무가 그대로 재현됐으며 세트는 규모면에서 원작을 압도한다. 간소한 뮤지컬 세트에 비해 영화에서는 런던과 그리스 현지를 넘나들며 촬영이 이뤄졌다.

주인공 메릴 스트립을 비롯해 많은 조연들의 열연도 볼거리다. 피어스브로스넌'콜린퍼스'스텔란스카스가드는 특유의 남성미를 자랑하며 도나의 세 연인을 연기했고, 아만다시프리드는 소피 역을 맡아 깜찍하고 섹시한 매력을 발산한다.

▶고고70=조승우'신민아'차승우가 주연을 맡았으며 통행금지, 장발단속 등 금지된 것들이 넘쳐났던 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어둡지 않고 오히려 쾌활하고 명랑하다. 영화가 시대 고발이 아니라 70년대 존재했던 문화의 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시대의 무게에 억눌리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의 열기를 역동적으로 담아내는 것은 음악이다. 실제와 가깝게 촬영된 공연장면은 생생한 연주와 함께 공연장의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연주 가능한 사람을 캐스팅하다 보니 연기경력이 거의 없는 배우들 위주로 밴드가 구성되었지만 이 점이 영화에 가공되지 않는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뮤지컬에서 노래와 연기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조승우가 중심을 잡으며 또 한번 매력을 발산한다.

◇공연

▶뮤지컬 맘마미아=아바 음악으로 만든 최고의 뮤지컬이 다시 돌아온다. 2005년 지방공연 역사상 최장기간, 최다횟수, 최다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대구에 뮤지컬 열풍을 몰고 온 작품. 11월 20일~12월 31일 대구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최정원'전수경'황현정'이경미'정영주'성기윤'박지일 등이 출연한다.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8시, 일요일 오후 2,6시 공연. 월요일 공연 없음. 4~12만원. 1599-1980.

▶피아노 연주회 등=10월 31일 오후 7시 30분 거창 '콘서트하우스IN'에서 조지현 단국대 교수 피아노 연주회가 열린다. 조 교수는 서울대 음대, 줄리어드 음대(석사), 맨해튼 음대(박사)를 졸업했으며 금호아트홀 초청 '금요콘서트', 유엔본부 초청 '세계 평화를 위한 음악회'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쳤다. 055)944-6244. 또 10월 31일 오후 8시 대구봉산문회관에서는 이상-화무용단 공연이 펼쳐진다. 입장료 무료. 053)625-8082.

◇책

▶내일의 기억(오기와라 히로시 지음)='나이를 한 살 더 먹었을 뿐인데 마흔아홉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늙는다'는 말이 최근 무겁게 나를 누른다. 이전에는 당연히 내 몸은 내 것이었다. 그런데 점점 내 몸에 배신 당하는 일이 늘어난다.' 갑자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50세 남자 주인공 사에키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 사에키는 딸의 아름다운 결혼식 장면, 너무도 예쁜 손녀의 탄생 등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눈물나는 노력을 해 보지만 결국 현실을 받아 들이고 일상의 삶과 작별하는 연습을 한다. 젊은 시절 사랑의 추억이 깃든 가마터에서 잊을 수 없는 하룻밤을 보내고 산길을 내려오던 사에키는 결국 힘겹게 잡고 있던 기억의 끈을 놓친다. 어제와는 다른 사람으로 아내를 맞는 마지막 장면은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2006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예담 펴냄. 1만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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