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제]우리는 승마가족

"말의 매력에 3대가 푹 빠졌죠"

"개인 차는 있지만 승마는 말에 대한 두려움이나 고소공포증이 없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레포츠입니다." 영천 운주산승마장 교관 노경헌(31)씨. 그는 승마의 장점을 무엇보다 말과 함께 자연 속을 질주하며 호연지기와 담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말은 의외로 겁이 많고 군집성이 있어 다른 말이 뛰면 덩달아 뛰는 습성이 있으며 귀소본능이 강하다. 또 커다란 양 눈방울은 자신의 뒷목덜미만 빼고 350도 방향을 볼 수 있다. 말의 이런 특성을 잘 숙지한다면 '승마는 귀족레포츠'라는 선입견을 떨쳐 버릴 수 있다는 게 노씨의 견해. 여기엔 노씨 집안이 3대에 걸쳐 맺고 있는 말과의 특별한 인연도 깔려있다.

할아버지 노을용(작고)씨가 말 수레를 이용해 농사를 지은 세월 50년과 45년째 영천 성내동에서 조랑말을 포함해 말 20여 마리를 키우며 임대와 매매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 노태근(58)씨, 그리고 본격적인 승마경력 5년째의 자신. 이들 3대가 말과 더불어 보낸 시간은 꼬박 100년이다.

"어릴 적 아버지가 말을 키우며 몇 번 태워주시던 게 제가 승마를 하게 된 계기입니다." 본격적인 승마를 한 후 노씨는 승마를 알리기 위해 대학축제 때 말을 타고 등교하기도 했으며, 올 설날엔 아버지와 함께 말을 타고 할아버지 산소 성묘를 다녀왔다. 두 부자가 말 타고 성묘 가는 모습은 TV에 방영되기도 했다.

100개 성상(星霜) 맺은 말과의 인연은 노씨집안 사람들의 특이한 띠 이력에도 잘 나타나있다. 자신은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작은 아버지와 숙모, 사촌 남동생과 누나 등 8명이 모두 말띠생이다.

"집안 내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게 말과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승마는 생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죠. 앞으로도 말과 함께 살고 싶고 영천을 대표하는 승마선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노씨에 따르면 초보자가 처음 안장에 오르면 시선높이만 약 3m정도. 이때 말이 움직이면 떨어질까 겁부터 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승마가 익숙해지면 그만큼 운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레포츠도 없다. 말등에서 몸의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은 몸의 여러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고 말과 주고받는 상호 신뢰와 교감은 정서적으로 커다란 위안이 된다.

"승마할 땐 탄 사람이 여유롭게 행동해야만 말도 안정됩니다. 말과 사람이 보는 시각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눈으로 타기 보다는 감각과 느낌으로 타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까닭에 기초 승마법은 대개 한달정도 배우면 되지만 말의 습성을 알고 교감이 통하려면 빨라도 6개월, 더디면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노씨는 아버지와 함께 일주일에 서너 번은 운주산 승마장을 찾아 함께 말을 달린다. 노태근씨는 "오래 전부터 영천시에 승마장 건립을 건의했고 마침내 올 연말 승마장 본격개장을 앞둬 기쁘다"며 "아들이 훌륭한 승마선수로 거듭하고 많은 사람들이 승마를 통해 말과 더욱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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