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의]계명대동산의료원 송광순 교수

'나는 남의 집만 고치는 목수다/영혼이 잠시 머물 집/붉은 슬픔으로 칠해진/철거 날짜 정해진 집만 수리하는/재개발 지역의 가난한 목수다/누군가 목수의 집도 부서지느냐고 물었다/남의 집 수리하느라/자기 집 불타는 줄도 모르는/나는 바보 목수다'.

계명대동산의료원 정형외과 송광순 교수가 2006년 펴낸 첫 시집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나는 목수다'라는 시다. 1995년 '심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대구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송 교수는 '나는 목수다'라는 시를 통해 소아정형외과 전문의로서의 그의 인생을 반추했다. 시에 나오는 '재개발지역의 가난한 목수'라는 어구는 톱'망치'드릴'나사 등 수술할 때 자주 사용하는 기구들이 목수들의 연장과 별반 다를 바 없고, 아무리 병을 잘 치료해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게 철거를 기다리는 재개발지 집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소아정형외과 분야에서 이룩한 그의 업적은 가난한 목수라는 어구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1984년부터 정형외과 진료를 시작한 이래 일본과 미국으로 소아정형외과 연수를 다녀온 송 교수는 소아 사지기형과 성장판 손상을 비롯한 소아골절의 대가로 누구나 인정하는 명성을 쌓아온 것.

소아정형외과는 정형외과의 세부 분야 가운데 하나로 국내 전문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 대구경북에서는 겨우 3명에 불과하고 국내 전체를 통틀어도 80명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소아정형외과만큼 힘들고 어려운 분야도 드물죠. 발생 빈도는 극히 낮은데도 병의 종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으니까요. 무엇보다 수술과정에서 겪는 정신'육체적 스트레스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 분야에 지원하는 전문의들이 드문 거에요." 그러나 송 교수는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이왕 하는 도전, 국내를 넘어 국제경쟁력을 키워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 교수가 처음 진료를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 소아사지기형과 소아골절 진료는 그야말로 미지의 영역이었다. 치료사례를 찾지 못해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수술법을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정착시킬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답답했다"는 송 교수는 일본 교토대학(1991년), 미국 남플로리다 주립대(92~93) 연수를 통해 선진 의료기법을 익혔다. "일본에서는 철저한 기록 시스템을 배웠고, 미국에서는 일본에서 배운 노하우들을 최대한 활용했어요. 수술장면은 물론이고, 대학도서관을 찾아 소아정형외과 분야의 세계적 대가들의 강의 자료들과 엑스레이 필름까지 일일이 캠코더로 찍어 보관한 거죠. 그때 찍은 비디오 테이프들을 상자에 담아 가져왔는데 담아도 담아도 끝이 없을 정도였죠." 송 교수는 "학교 관계자는 의료 자료들을 함부로 찍는다고 병원에 고발까지 했다"며 "다행히 담당교수가 기특하게 봐 줘 별 탈 없이 돌아올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귀국 후 이 같은 연수 경험을 살려 본격적인 소아정형외과 진료를 시작한 송 교수는 SCI급 국제논문 21편과 국내논문 90여편을 발표하면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고,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다시 한번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올린다. 소아팔꿈치 외과골절 진단의 새로운 기준과 치료방법에 대한 논문을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정형외과 잡지로 유명한 미국 JBJS에 싣게 된 것. 지난해 2월 논문 게재 이후 그해 대한정형외과학회 임상 본상(최고논문상)을 수상했고, 올해 12월에도 관련논문을 JBJS에 다시 실을 예정이다.

이런 송 교수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일은 대구 사람이 대구 의사를 몰라주고 일단 서울부터 찾고 보는 것. "서울에 찾아 갔다 다시 대구로 돌아오는 환자가 여럿 있습니다. 찾아간 서울 의사가 대구에도 훌륭한 선생님이 있다고 추천해서죠." 송 교수는 "그럴 때마다 씁쓸함과 보람을 동시에 느끼곤 한다"며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순 없지만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값, 서울로 가는 기찻값을 아낄 정도의 실력은 된다"고 환히 웃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프로필

△1979년 경북대 의대 졸업 △86년 경북대 의대 의학박사 △89년~현재 계명대동산의료원 정형외과 교수 △91년 교토대 연수 △92~93년 미국 남플로리다주립대 연수 △98년~현재 북미소아정형외과학회 회원 △2006년~현재 대한소아정형외과학회 회장 △세계소아정형외과학회 이사 △세계정형외과외상학회 회원 △대한족부학회'대한골절학회'대한스포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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