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풍선폭탄

태평양전쟁 말기, 미국의 전략폭격으로 도쿄를 비롯한 주요도시가 초토화되고 있던 일본은 어떻게든 전쟁의 흐름을 바꿀 계기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러한 처절한 노력 속에서 기상천외하지만 황당하기 짝이 없는 신무기가 탄생한다. 바로 풍선폭탄이다. 재래식 일본종이를 곤약풀로 5겹으로 접착시켜 건조시킨 후 표면에 가성소다액을 바르고 다시 곤약풀로 강화시킨 직경 약 10m의 커다란 풍선에 200㎏의 소이탄을 달고 자동 고도조절 장치를 붙인 후 수소가스를 충전시킨 것이다. 당시 일본 군부는 이 폭탄이 태평양 상공을 흐르는 제트기류를 타면 3일 안에 미국본토에서 대규모 화재 등을 일으켜 미국사회를 혼란에 몰아넣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역사상 최초의 대륙 간 兵器(병기)로 기록되고 있는 이 풍선폭탄은 착상은 좋았지만 기술적인 한계로 말미암아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그뿐만 아니라 가장 '웃기는' 무기의 하나로 기록되는 치욕을 안았다. 처음부터 명확한 목표 없이 오로지 바람에 모든 것을 맡긴 탓에 기대했던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했던 것이다. 일본은 1944년 11월부터 1945년 4월까지 후쿠시마 등 일본 내 3개 해안에서 9천여 개를 날려보냈으나 미국에 도달한 것으로 공식 확인된 것은 285개. 일본기술자의 예상은 1천 개였으니 예상치의 30%에도 못 미친 것이다. 戰果(전과)도 초라하기 짝이 없어 민간인 사망 6명, 산불 2건, 정전 1건이 고작이었다.

일본 군부의 풍선폭탄 작전은 실패했지만 탈북자지원단체를 포함한 국내 민간단체가 북한으로 날려보내는 풍선폭탄은 상당한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국내 탈북자단체 등은 지난 2003년부터 풍선에 삐라를 실어 북한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이렇게 북한으로 날려보낸 삐라는 올해에만 1천만 장이 넘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북한은 개성공단사업 중단 등 남북관계 전면차단을 포함한 중대결단을 언급하며 매우 격하게 반응하고 있다. 주민은 굶어죽어도 권력자와 친위 세력은 살이 찌는 정권의 실상이 주민들에게 알려질까 하는 불안감이 그대로 읽혀진다. 정부는 북한이 위협에 그치지 않고 실제 도발을 감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탈북자단체 등에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단체는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훗날 통일이 됐을 때 지금 북한으로 보낸 풍선폭탄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진다.

정경훈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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