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뭉텅뭉텅…수도권 규제, 풀건 다 풀어

국가경쟁력강화위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 살펴보니

정부가 최근의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는 빌미로 수도권 규제의 전면적인 완화를 추진키로 했다. 특히 정부는 일부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과 외국투자 기업의 중국 투자가 마치 수도권 규제 때문만인 것처럼 확대 해석, 수도권의 다양한 규제완화 요구를 대부분 수용해 지방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위원장 사공일)는 30일 청와대에서 회의를 개최해 이같은 내용의 '국토 이용 효율화 방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수도권 규제로 국가경쟁력 약화?=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수도권 집중 억제를 위한 규제정책이 기업과 산업의 투자와 주민의 생활편의를 제약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명시했다. 수도권 규제가 기업 해외 이전의 주요 요인(37%)이란 노사정특위 연구 결과를 내세웠다. 또 외투기업 1개가 기존 공장 증설 규제로 160억원대의 첨단 생산설비 투자가 곤란해 중국에 투자한 사례도 뽑았다. 여기다 일본, 영국, 프랑스가 경기 침체와 세계 대도시간 경쟁 우위 선점을 위해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들 나라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한 것은 일본 2002년, 영국 1981년, 프랑스 1982년 등으로 최근의 경기침체와는 무관해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수도권 규제완화 공약 이행을 위해 억지 사례를 끌어다 붙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구미갑 김성조 의원은 "기업의 국내 투자가 부진한 것이 수도권에 공장을 짓지 못하게 만든 탓이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규제완화를 하고도 국내 투자가 부진하면 그때 가서 정부는 어떻게 해명할 생각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풀 것은 모두 푼다=정부는 시행령 개정으로 풀 수 있는 규제는 모두 풀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법 개정으로 추가 규제완화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수도권에 공장의 신증설과 이전이 쉬워졌다.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 등 산업단지 내에는 규모와 업종 제한없이 공장의 신증설이 가능해진다. 첨단 25개 업종의 수도권 입지를 규제하는 장치가 사라진 셈이다.

또 산업단지 이외 지역에도 공장 신설 규제는 유지하되 증설·이전은 허용키로 했다. 과밀억제권역이라도 산업단지 이외 지역에는 공장 증설이 허용된다.

경제자유구역, 주한미군반환공여구역, 지원도시사업구역 등 국가 정책적으로 개발토록 확정된 지구내 산업단지는 수도권 총량규제에서 아예 배제했다.

환경 보전을 위해 설정한 자연보전권역의 환경 규제 방식도 입지 규제에서 총량제·배출규제로 바꿨다. 오염총량제 실시 지자체는 6만㎡ 이내에서 도시·지역개발사업이 허용되고, 대형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빌미로 인천 경제자유구역내 과밀억제권역은 성장관리권역으로 바꿨다. 국가안보, 환경보전 등 중첩적인 규제로 주민생활이 어려운 일부 지역에 대해 규제 간소화를 추진해 경기 북부권역의 개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서울시내 대형 건축물에 부과하는 과밀부담금도 금융중심지 내 금융업소, 산업단지 내 R&D시설에 대해서는 면제키로 했다.

동탄 등 신도시 주변지역 개발제한을 완화해 물류단지의 조속한 조성을 지원하고 준산업단지의 활성화를 위한 운영 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또한 취수장 상류 15km이내 지역까지 공장 설립을 제한하고 있는 것을 취수장 상류 7km 이내에서 상수원 오염 우려가 있는 공장 설립만 제한토록 완화했다.

◆수도권 개발 이익 지방 환원=정부는 수도권 규제완화로 얻어지는 추가적 재원으로 비수도권지역의 지역투자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기금 설치·특별회계 등 세부 지역투자 촉진대책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키로 했다. 지자체의 자율적 투자유치 노력을 유도하는 재원으로 쓴다는 것이다.

대신 정부는 일부 지역의 민원을 함께 풀어 반발 무마를 꾀했다. 남해안 선벨트 개발의 사전 조치 성격으로 민간의 공유수면 매립이 제한된 항만, 어항 등 특정구역에도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매립을 허용키로 했다. 또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등에 농어업행위 제한을 완화할 수 있도록 국립공원 구역조정도 조속 추진키로 했다.

각 지역에서는 이에 대해 "한 집 안에서 장남만 공부시켜 출세시키면 다른 자식들은 그 혜택으로 잘 살 수 있다는 수도권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며 "지방은 서자(庶子)냐"고 발끈하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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