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필드에 나서게 되면 낯선 단어들을 접하게 된다. 골퍼들 사이에서 쓰는 은어(隱語)가 그것. 정확한 골프 용어도 아닌지라 처음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지만 그 의미를 알면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재치 있게 만든 말이어서 골프를 즐기는 재미도 늘어난다.
필드에서 파를 하면 보통 스코어 카드에 숫자 '0'을 표시한다. 4개 홀에서 연속으로 파 세이브를 한 경우 '0'을 잇따라 4번 적는 셈이다. 이 경우를 '아우디 파'라 부른다. 해외 유명 자동차 회사인 '아우디'의 로고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우디 자동차가 지나갈 때 눈여겨보면 이해가 간다. 라디에이터 그릴 앞에 동그라미 4개가 그려진 로고가 보이니까.
'일파만파'의 사전적 의미는 '한 사건이 그 사건에 그치지 않고 잇따라 많은 사건으로 번짐'이다. 그리 좋은 뜻은 아니다. 하지만 골프장에서만큼은 예외. 보통 첫 홀에서 골퍼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파 세이브를 하면 경기보조원들이 나머지 동반자 모두 '파'로 기록해주는 것을 말한다. 초보 골퍼로서는 용기백배가 될 만한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약자인 'OECD'도 골프장에선 은어로 쓰인다. 일정 금액을 걷은 골퍼들은 매 홀에서 승자가 정해둔 상금을 받는데 자신이 낸 돈을 모두 찾아 본전이 되면 이후 벙커와 해저드에 빠지거나 트리플 보기, 스리 퍼트 등을 기록할 경우 딴 돈의 일부를 벌금으로 다시 내는 게임 방식을 일컫는다. 저개발국 원조 촉진이라는 'OECD'의 목적에 어울리는 은어다.
일반 스킨스 게임의 변형으로 '조폭 스킨스'가 있다. 더블보기를 했을 경우 이전 홀에서 따낸 돈 가운데 절반을 내놓아야 하고 트리플 보기 이상을 하면 지금까지 가져간 돈을 모두 내놓아야 하며 버디를 한 골퍼는 다른 골퍼가 딴 돈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게임.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한 골퍼에게 그날 내기한 돈이 돌아가는 '잔인한(?)' 방식이다.
벌칙이 따르는 상황을 줄인 '오빠' 시리즈도 종종 들린다. '오빠 삼삼해'는 오(OB), 빠(벙커), 삼(스리 퍼트), 삼(트리플 보기 이상), 해(해저드)를 뜻하고 트리플 보기 대신 더블 보기 이상, 헛(가라) 스윙에 벌칙을 주기로 한 경우는 '오빠가 이상해'다. '오빠가 보상해'는? '오빠가 이상해'에서 더블 보기 대신 보기만 해도 벌칙이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은어 가운데는 욕설을 담은 말도 있다. 앞 팀을 빨리 따라가야 하는데 잃어버린 볼을 찾느라 늑장을 부리는 골퍼에게 하는 말인 '버스(버리고 가 시XX아)', 그린에 떨어진 볼이 핀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쓰는 'C(시X)E(이것도)O(온이냐)' 등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권할 만한 말은 아니다. 실력이 떨어지는 골퍼보다 매너 없는 골퍼가 더 보기 흉하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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