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공공임대아파트 비싼 분양가 논란 확산

일반분양 전환을 앞둔 공공임대아파트들의 값비싼 분양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도시공사(도공), 대한주택공사(주공) 등 임대 사업자들이 감정평가(감평)업체들의 부실 감평을 방관하고 분양가 자료 공개조차 거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본지 28일자 6면 보도).

특히 도공 등은 부실 감평에 대해 나몰라라 하고 있으며, 임대주택 분양전환 승인권과 감평업체 선정권을 가진 관할 구청도 임대사업자·감평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아무도 책임 안지는 부실 감평=대구 북구 서변동 서변그린타운(524가구)의 부실 감평에 대해 도공 측은 29일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몰랐다"며 "분양 감정가는 감평업체들이 책정한 것이어서 받아 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도공은 2천만원 가까운 감평 용역비를 주고도 감정평가서에 대해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K업체와 D업체 등 2곳을 감평업체로 선정한 북구청도 "두 감평법인이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행정 조치를 검토중"이란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서변그린타운 임차인대표회의측은 이번 감평이 실사 대상(52가구)의 절반도 채 하지 않았고 실제와 다른 내용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분양전환한 북구 동변동 동서변주공그린빌의 경우 상권이 활발하고 전세대 남향에 부동산 시세가 높은 시기였지만 감정평가액은 기초가격(입주 당시 임대사업자가 책정한 가격)보다 평당 20만원씩 낮게 책정된 반면 이보다 1년 뒤인 지난달 분양전환한 서변그린타운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거래 자체가 실종되고 상권 등이 빈약했음에도 기초가격보다 오히려 높게 나왔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분양가(3.3㎡당 320만원)에 대해 주민들은 감평업체와 도공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임대아파트의 비싼 분양가 논란은 2004년 7월 남구 이천주공1단지(576가구)나 2006년 11월 달성군 화원읍 명곡미래빌(762가구)의 분양전환 때도 빚어져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법과 시행규칙이 감평 결과와 관련해 임대주택사업자나 지자체에게 명시적인 책임·감독 권한을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감평업체의 성실의무 위반시 손해배상 책임을 묻고 있지만 이는 임대사업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주민들은 "엉터리 감평 결과가 나왔는데 도공이나 구청 어느 쪽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엇비슷한 감평업체=가장 큰 문제는 도공, 주공 등 임대사업자들이 감평액은 물론 건설 원가조차 주민들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서변그린타운 주민들도 분양가에 이의를 제기하고 감정평가서를 열람하기까지 50일 넘게 걸렸다. 도공 측이 계속 공개를 거부하다 이달 18일에야 마지못해 보여줬다. 주민들은 "그제서야 감평이 부실하게 이뤄졌음을 알았다"고 했다. 북구청이 29일 감평업체 재선정에 나서는 등 사태가 확산되자 도공 측은 "주민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해 공개가 늦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재감평을 하더라도 분양가 수준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자체들이 감평업체를 선정할 때 국토해양부가 정한 전국 13개 우수감정업체 풀(Pool)중에서 선정해왔기 때문. 이들 업체들은 돌아가며 감평을 의뢰받기 때문에 임대사업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 감정평가법인 관계자는 "우수감정업체들은 도공이나 주공과 수년간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임대사업자의 편을 드는 게 보통"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은 "이번에는 도공과 관련없는 곳으로 감평업체를 선정해달라고 구청에 요구했지만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며 "재감평 결과도 비슷하게 나온다면 우리는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느냐"고 답답해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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