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경제공동화 가속…'성장의 싹' 자르나

정부 '국토이용효율화방안' 살펴보니

▲ 정부의 수도권투자 전면허용에 따라 대구·구미·포항 국가산업단지와 성서5차산업단지 등은
▲ 정부의 수도권투자 전면허용에 따라 대구·구미·포항 국가산업단지와 성서5차산업단지 등은 '속빈 강정'으로 전락, 지역경제의 공동화현상이 불가피하다. 기반공사가 진행중인 성서5차산업단지 전경.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정부가 30일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고 수도권 투자를 전면 허용키로 한 것은 지방경제의 공동화(空洞化), 특히 정부 개발중심축에서 소외되고 있는 대구경북의 경제 피폐화를 초래하고 이제 막 뿌리기 시작한 '성장의 씨앗'을 자르는 처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조치로 꽁꽁 얼어붙은 지방 경기, 지방 경제는 더 힘겨운 생존경쟁을 벌이게 됐다. 전국 최다 아파트 미분양 물량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전국 최하위 지역총생산(GRDP), 대형소매점의 상권장악으로 지역경제가 날로 위축되고 있는데 앞으로 수도권과 더 힘겨운 생존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위장된 국토이용효율화 방안

정부는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수도권에 대한 전면 투자 허용이 사실상 전부다. 수도권투자 전면허용은 정부가 현재의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투자를 끌어낸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를 더 심화시켜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의 수도권 경제종속을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우리 경제구조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도심·수도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삼았지만 지방 반발에 부딪히자 '선(先) 지방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완화'로 선회하는 듯했다.

그러나 세계 경기침체와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수도권 산업단지에서는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공장 신·증설과 이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정책기조를 180도 바꿔 '본심'을 드러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수도권규제 완화를 외친 것은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공장을 짓는 것이 못마땅했기 때문인데 수도권 투자 전면 허용으로 대기업들의 '수도권 안착'을 정당화시켜주는 꼴이 됐다.

특히 정부가 일부 업종이 아닌 25개 첨단업종의 신·증설을 허용한 것은 각 지자체들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첨단산업 분야 육성계획과 투자유치의 싹을 자르는 결과를 초래할 전망이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DGFEZ), 테크노폴리스, 대구·구미·포항국가산업단지의 첫 삽을 이제 막 뜨려는 순간에 수도권 투자가 전면 허용돼 대구경북의 타격은 전국 어느 곳보다 크다.

◆공장총량제 유명무실, 첨단업종도 수도권으로

이번 조치로 수도권 규제의 대명사로 불려왔던 공장총량제도 유명무실해졌다. 수도권 외곽 남북 쪽의 성장관리권역에서는 반도체, 액정표시장치 등 96개 모든 첨단업종의 공장 증설 범위가 확대된다. 따라서 첨단업종을 영위하는 대기업은 이 지역에 공장을 등록만 한 상태라면 공업지역 범위 안에서 무제한으로 공장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수도권투자 전면허용에 따른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고, 첨단업종이 수도권으로만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대구시 김상훈 경제국장은 "기업들이 자산(부동산) 가치를 고려해 추풍령 이남으로 이전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번 발표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비수도권 지자체의 기업 유치가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기업도 철회 가능성 커져

대구의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과 섬유산업 관련 업체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할 가능성은 적으나, 일부 수도권에 기존의 공장을 가동했던 업체들은 공장 확장이나 재투자를 할 가능성도 있다. 또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이전을 고려했던 기업체들은 지방 이전을 철회할 가능성이 커 제조업 공단 조성과 공장 유치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첨단업종 등 수도권으로 옮겨가기 쉬운 공장이 몰려 있는 구미지역의 우려도 크다.

이인중 대구상의 회장은 "규모와 업종 제한없이 수도권 산업단지 내 공장의 신·증설, 이전을 허용하면 어느 기업이 지방으로 오려고 하겠느냐"며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첨단업종들이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춘수·김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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