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광인 김모(45)씨. 얼마전 '플라이트 93(United 93)'이란 영화에서 폭탄으로 무장한 테러범이 기장실에 침투하자 기장은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여기서 나가!"라며 급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순간 김씨는 '메이데이'라는 조난신호가 궁금해졌다. 비행기나 배가 등장해 추락 혹은 침몰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던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메이데이나 SOS를 비롯한 구조신호 등 알쏭달쏭한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여러 번 듣다 보니 귀에는 익은데 막상 설명하기는 힘든 용어들 말이다. 이들은 과연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조난·구조요청 신호 '메이데이'=우선 '메이데이(Mayday)'. 5월 1일 노동절(May Day)과 철자는 같지만 둘 사이엔 공통점이 전혀 없다. 응급 구조용어로 사용되는 메이데이는 프랑스어 '메데(m'aider)'에서 왔다. 이는 영어로 'to help me'로 우리말로는 '도와줘'를 뜻한다. 1923년 영국 런던 크로이든(Croydon) 공항의 항공무선사 프레더릭 먹포드(Frederic Mockford)가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상황에서 조종사가 지상직원들에게 헷갈리지 않게 조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단어를 생각해 낸 것이 '메이데이'였다. 당시 대부분의 항공 통행량이 크로이든 공항과 파리의 르 부르제(Le Bourget) 공항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국제어로 통용되던 프랑스어의 'm'aider'와 발음이 같은 'mayday'를 제안했다. 'SOS' 또한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 무선통신 부호 중에서 가장 간단한 신호(…― ― ―…)를 표준으로 삼은 것이다.
이후로 메이데이는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무선 교신상의 조난신호로 쓰이고 있다. 메이데이는 잡음이 심한 무선통신에서 확실한 수신을 위해 연달아 세 번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라고 외친다. 위험 상황에 빠진 측에서는 메이데이를 세 번 외치고 선박·항공기명을 대거나 그 반대로 반복해서 두 번 외치고 구조를 요청하면 된다. 1927년 국제무선전신조약에는 이미 사용되고 있던 메이데이라는 조난신호에 적용되는 규칙을 위의 내용과 같이 정의했다.
◆잘 알아들었을 땐 '로저 댓'=전쟁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통신용어로는 '로저 댓(Roger that)'이 있다. 이는 '좋다, 알았다, 오케이' 등을 뜻하는 말. 이 또한 무선통신부호에서 유래했다. 무선통신을 할 때 R은 'all Received OK'로 '수신이 잘 됐다, 잘 알아들었다'를 의미한다. 그런데 군대나 경찰에서 통신을 할 때는 '음성문자(Phonetic alphabet)'를 쓴다. 이는 암호를 대거나 고유명사의 철자를 말할 때 각 글자마다 약속된 특정 단어를 지칭해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일종의 규약. A는 '알파(Alpha)', B는 '브라보(Bravo)' 하는 식이다. 이를 따르면 R의 음성문자는 원래 '로미오(Romeo)'였는데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에선 이를 '로저(Roger)'라고 통용하면서 이것이 굳어졌다.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I copy that'도 있다.
시원한 액션 영화에서 폭탄이 작렬하기 직전에 외치는 '파이어 인 더 홀(Fire in the hole)'은 무슨 뜻일까. '카운터 스트라이크' '스페셜 포스'니 하는 1인칭시점의 슈팅(FPS) 게임에서도 흔히 등장하는 말이다. 폐쇄된 공간에 수류탄을 던지거나 시한폭탄 폭발장치를 누르기 전 큰 소리로 외치는 장면을 보면 자신도 기분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각 게임마다 이를 두고 '집중사격'이나 '수류탄 투척' 등으로 옮기기는 하는데 원래 뜻은 '폭발물 조심'이라는 경고다.
이 표현은 원래 광산에서 쓰였다. 폭발물 작업자들이 구멍을 뚫고 다이너마이트를 심은 뒤에 주변 사람들에게 조심하라며 '파이어 인 더 홀'이라고 외친 것에서 유래했다. 이 뜻이 폭발물을 다루는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영화·게임에서도 흔히 듣는 표현이 된 것. 초기의 캐넌포(cannon)를 쏘기 전에도 같은 표현이 쓰였다. 이 당시에는 화약을 재어놓은 포구에 불을 붙일 때 횃불을 든 병사에게 '파이어 인 더 홀'이라고 명령해 불을 붙이게 했다. '파이어 인 더 홀'은 불량포탄으로 포가 터질 경우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병사를 피신시키는 경고로도 쓰였다.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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