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앞산 공사, 예민한 만큼 愼重度 높여야

대구 4차 순환도로 남부(앞산) 구간 공사에 말썽이 잇따른다. 20여 일 전에는 용두골 숲 훼손 시비가 불거지더니, 엊그저께는 같은 현장의 문화재 보호조치 소홀이 문제돼 공사중지 명령마저 내려졌다. 앞의 갈등은 넓은 면적을 벌목하면서 옮겨 심도록 돼 있던 아름드리 나무까지 마구 벴다고 해서 촉발됐고. 뒤의 문제는 설계변경으로 선사시대 유적이 공사장에 인접하게 됐으나 지표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다.

흔히 '앞산터널'로 불리는 이 남부구간 건설 공사는, 모두 알듯 지역에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대구시청은 이 도로 건설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환경주의자들은 앞산의 자연생태가 심각하게 위협받는다며 반대해 온 것이다. 몇 년에 걸친 승강이 끝에 겨우 건설 자체는 진행시키는 쪽으로 가닥 잡혔으나 환경 훼손 우려까지 불식된 건 아니다.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란 이름으로 모인 시민들은 앞으로 4년여간 진행될 공사를 철저히 감시하겠다며 오히려 촉각을 더 곤두세우고 나섰다.

최근의 잇단 말썽은 그런 가운데 나온 것이다. 현장 시공이 본격화된 게 지난여름 이후니 그와 동시에 양측 간 충돌이 시작돼 버린 꼴이다. 발주처인 대구시종합건설본부와 시공사를 나무랄 수밖에 없다. 천신만고 끝에 착공할 수 있었음을 누구보다 잘 알 터인데도 공사를 허술히 해 문제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환경을 최대한 고려해 가며 공사토록 하겠다고 설득하더니 시공 첫 단계부터 그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최소한의 신뢰조차 허물어 버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산림에서의 건설공사는 그 자체로 반감을 초래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동반하는 자연 훼손에는 그게 합법적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거부감을 부를 소지가 있는 것이다. 거기다 앞산은 그저 이런저런 산 중의 하나가 아니라 많은 대구 시민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산 이상의 산이다. 보통 산에서의 건설공사도 신중을 기해야 할 텐데 하물며 그런 대구 앞산에서랴.

대구시청이 나서서 거듭된 문제 상황을 해명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함으로써 시민들의 믿음을 회복시켜야 한다. 시공사 또한 민감도에 걸맞은 신중한 공사만이 정도임을 거듭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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