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진 동해연구소 '속빈 강정'

사무실·실험동 등 대부분 무허가 건물…연구인력도 당초 계획보다 적게 배치

독도와 동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시설인 한국해양연구원 동해연구소가 지난달 30일 울진 죽변에 문을 열었으나 지역민들은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2004년부터 5년 동안 190억원을 들여 죽변면 후정리 바닷가 9만5천890㎡의 부지에 들어선 연구소의 인력이나 시설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준공 허가도 받지 않고 시설물을 불법 사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부지가 바닷가에 인접한데다 높이가 낮아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도 위험하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연구소 시설=사무실과 연구·실험동으로 사용하는 본관 건물(4천870㎡)과 직원 기숙사 및 방문객 숙소(1천811㎡)가 전부다. 예산 부족으로 종합실험동과 관측종합통제실·관측탑·실험 피어 등은 짓지 못했다.

상주 인력도 기대 이하다. 경비 등 용역업체 직원을 제외한 순수 연구소 소속 인원은 연구원 12명에 기술·행정직 9명 등 모두 21명. 당초엔 박사급 연구 인력만도 30명이 상주한다고 했다. 그 때문에 울진군민들이 기대를 모았던 원전 온배수를 이용한 수산양식기술 개발과 온배수 확산권역 수산자원 증대를 위한 인공서식지 조성사업엔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무허가 건물=사무실과 연구·실험동, 숙소 등을 사용해도 좋다는 준공허가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지 못했다. 정부 기관이 무허가 건축물에서 업무를 보고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시설물을 둘러본 울진군 관계자는 "법을 준수해야 할 정부기관이 도리어 법을 어기고 있다"며 "준공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 인사들을 불러 개소식을 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우려되는 안전성=연구소는 바닷가에 바짝 붙어 있다. 시공 과정에서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부지를 성토했지만 현 부지는 해발 6m에 불과하다. 흙이 부족해 종합실험동 부지는 성토를 못했다. 바로 옆 부지에 있는 경북해양바이오연구원은 6.7m, 울진 원전 부지는 10m이다.

또 원전은 쓰나미 등에 대비해 방파제 등을 설치해 놓고 있지만 연구소에는 이런 시설물이 전혀 없다.

◆지역민 피해=당초 연구소는 지난 2월 완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공업체가 파산하면서 한동안 공사가 중단됐고 다른 업체가 이를 맡아 공기가 6개월 정도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건설 자재 납품 업체들은 제때 대금을 받지 못했으며, 일부 업체들은 자재비를 20~30% 정도 삭감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 측은 "예산 부족으로 짓지 못한 일부 시설은 연차적으로 예산을 확보,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준공 허가를 받지 못한 것은 구거(도랑) 귀속 문제로 늦어지고 있으며, 부지 성토는 연구원 내 관련 분야 전문가에게 자문했다고 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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