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재왕 기자의 인물산책]김광원 마사회장

부임한지 한 달 보름돼 업무를 파악하고 국정감사를 치르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광원(68) 한국마사회장을 경기도 과천 경마공원에서 만났다. 30년 넘게 당뇨를 앓고 있는 그이지만 혈색이 좋았다. 줄담배는 여전했다. 건강을 어떻게 챙기느냐고 했더니 허리에 차고 있는 만보기를 보여줬다. "만보를 걸으려 무척 노력합니다. 술 마신 날도 밤에 1시간~1시간30분 걸으며 오늘 한 일과 내일 할 일을 생각하죠. 생각을 집중하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 회장에게 국회의원에 대한 미련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단호하게 "없다"고 잘랐다. 지금까지 경험을 마사회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충분히 가치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적성에도 맞단다. 마침 지난달 29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김 회장은 "말은 달릴 때 옆도 보지 않고 달린다. 좌고우면(左顧右眄) 않고 앞으로만 달리겠다"고 인사했다고 소개했다.

오래 전부터 마사회장이 된다는 소문이 있었던 김 회장에게 속사연을 물었다. "언론에서 마사회장 밀약설 등이 보도됐으나 사실과 다릅니다. 저는 도로공사 사장이 되고 싶었어요. 경북 북부지역의 도로 인프라가 너무 열악해 보탬이 되고 싶었거든요. 대선 직후 언론인 간담회에서 '마사회장이나 하지 뭐'라고 농담했는데 말이 씨가 됐는지 그게 현실이 돼버렸어요"

국회의원으로서 못다한 일이 없느냐는 물음에는 "아쉽다"고 했다. 자신의 지역구였던 봉화 울진 등지의 가장 큰 민원은 도로 문제였는데 주민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는 것. 김 회장은 "아직도 길 문제를 얘기하는 곳은 낙후된 곳"이라며 "지난 정권 10년간 경북 북부지역이 잃어버린 것이 많았던 만큼 이명박 정부가 잘 살펴야 한다. 그 일이라면 국회의원이 아니지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길을 늦게 만드니 더 잘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보탰다.

그는 후배 국회의원들에게 늘 신독(愼獨·혼자 있을 때 더욱 조심함)을 강조한다. 국회의원이란 자리가 자칫 게을러지거나 오만해지기 쉽기 때문에 늘 스스로 경계해야 제대로 일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김 회장은 3년 임기 동안 마사회의 이미지를 확 바꾸겠다는 생각이다. 먼저 도박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마사회에 대한 국민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마사회의 연간 매출액은 7조원. 이 가운데 72%는 이용자에게 환급되고, 국세 지방세로 1조3천억원이 나가고, 3%는 축산 진흥 자금 등으로 농촌에 투자된다. 마사회 운영 자금은 전체의 5%인 3천5백억원 정도. 이 돈으로 승마장도 만들고 말 키우는 것도 지원하고 사회 환원 사업도 한다.

도박의 제도권 흡수도 마사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사행성통합감독위원회 연구에 따르면 제도권 사행성 산업이 연간 14조원인데 불법 도박이 54조원에 이릅니다. 사행성 산업을 지나치게 규제하면 마카오나 라스베가스 등 해외로 국부가 빠져나가죠." 실제 제도권 도박과 불법 도박의 상관 관계는 바다이야기 광풍이 불 때 입증됐다. 당시 마사회 매출이 7조원에서 5조원으로 줄었다.

김 회장은 또 말산업육성법을 만들고 싶고, 3류로 평가받는 우리의 승마 수준도 1류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했다.

경북에 대한 구상도 있다. "경북도가 경주경마장 부지 대신 용지를 주면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대구 인근과 충청-호남권에 제4, 제5경마장을 만들 계획도 있고요. 마사회가 경기도에는 연간 6천억원, 부산 경남에는 각각 1천억원씩 세금을 냅니다. 적잖은 세수지요."

일찌감치 출마를 포기하고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김 회장은 "경북에서 최고 투표율과 최고 지지율을 올렸으나 전국적으로 너무 많이 이겨 빛이 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고향민들에게 인사하라고 하자 "마사회장으로서 어떻게 활동하는지 잘 지켜봐달라"면서 "경치 좋은 과천 경마공원에 미리 연락주고 놀러오면 직접 안내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정치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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