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선생에게 물었다. "선생님, 공부하면서 술 먹어도 돼요?"라고. 선생은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절대 안 된다고. 그러면서 선생은 학생들에게 공부하면서 술 먹어도 된다는 대답을 받을 수 있는 질문이 있다며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한참 후, 다른 학생이 질문했다. "선생님, 술 먹으면서 공부해도 돼요?"라고. 선생은 너무나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공부는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하는 것이 아니지"라고.
학생이 질문한 두 가지는 무엇이 다를까? 아시다시피 술을 먹어도 되는지를 묻는, 내용 중심적 시각으로 보면 똑같은 말이다. 하지만 의미 중심적 흐름으로 파악하면 너무나 판이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말과 글을 다루는 데 있어서 감각이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차이를 분명 느낄 수 있다. 확실한 것은, 감각이 있어 지혜로운 학생의 진로가 훨씬 넓고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논술교육에 대해 사회가 부산하다. 학부모들의 관심도 지대해졌다. 그런데 정작 많은 부모들에게 논술이 왜 필요한지를 물으면 대답을 못한다. 당연히 독서 교육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내지 못한다. 그냥, 책을 많이 읽으면 지식이 풍부해지고 집중력이 생길 것이라고 답을 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책을 읽어서, 북한에는 남한보다 지하자원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게 되는 것은 지식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식량지원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논하는 것은 지혜의 깊이를 가늠하는 문제이다. 즉 인지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지식을 필요로 하는 문제는 '잘 구조화된 문제' 혹은 '답이 존재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지혜를 필요로 하는 문제는 '잘 구조화되지 않은 문제'로서 하나의 정답을 내기가 어려운 문제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지혜를 가르치는 과목'은 과연 있는 것일까? 많은 초·중·고등학교의 교훈을 살펴보면, '창의성'에 관련된 것들이 가장 많다는 것이 통계자료로 나와 있다. 그런데 정작 창의성 혹은 지혜를 가르치는 교과목은 찾기 힘들다. 몇 년 전부터 대기업들의 입사 시험에서도 '사회화된 지혜로운 인재'를 발탁하기 위해 다양한 면접 방법을 고안해 내어 놓아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지만, 우리 학교교육에서는 아직 '지혜 학습 교육'은 상당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올봄을 뜨겁게 달군 '촛불집회'를 보면서 느낀 것도, 정부 당국자와 시위 참여자 모두가 지혜가 참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어떤 것에서든지 '완승'만을 바라는 시각이야말로 '지혜 교육 부족' 탓이 아닐까?
서동훈(대구미래대 영상광고기획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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