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드타운'이 대구인가? 경산인가?

▲ 대구지하철 2호선 사월역 앞에서 영남대 학생들이 스쿨버스에 오르고 있다. 민병곤기자
▲ 대구지하철 2호선 사월역 앞에서 영남대 학생들이 스쿨버스에 오르고 있다. 민병곤기자

대구가 경산의 베드타운일까? 경산이 대구의 베드타운일까?

3일 오전 8시 대구와 경산의 경계인 달구벌대로 끝 지점 사월교 부근 도로에서 교통량을 체크해보았다. 대구에서 경산으로 운행하는 차량들이 경산에서 대구로 가는 차량보다 훨씬 많이 보인다. 경산행 차량들이 5개 차로를 거의 다 차지한 채 달리는 반면 맞은편 대구행 차량들은 5개 차로 중 3개 차로 정도를 메운 채 운행하고 있다.

경산행 자동차들이 대구행 차량보다 약 40% 많은 편이다. 같은 시각 대구지하철 2호선 사월역 앞에는 경산지역 대학들의 스쿨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지하철에서 내린 대학생들이 끊임없이 버스에 오른다. 특히 영남대 스쿨버스는 오전 9시까지 거의 1분에 1대씩 출발할 정도로 이용 학생들이 많아 1시간 동안 3천여명이 대구에서 경산으로 이동한다.

스쿨버스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영남대 총무팀 박정남씨는 "전체 학생 2만5천명 가운데 70%가량인 1만7천여명이 대구에서 통학하고 있다"며 "출근시간이면 사월역 앞이 대구 인근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라고 말했다. 경산이 대구의 위성도시이자 베드타운이라고 생각하지만, 출근시간 교통량을 기준으로 할 경우 대구가 경산의 베드타운인 셈이다.

◆밤에는 대구, 낮에는 경산=2008년 8월 말 기준 경산의 인구는 24만3천494명으로 아파트 건설이 늘어나면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대구에서 경산으로의 유동인구 16만명(경산시 추산)을 합칠 경우 낮 동안 경산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인구는 훨씬 더 늘어난다.

유동인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경산지역 12개 대학의 학생 약 12만명이다. 이 가운데 대학 기숙사나 인근 원룸에 거주하며 경산으로 주소지를 옮긴 학생들은 2만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0만여명이 대구나 다른 지역에서 경산으로 통학하고 있는 셈이다.

12개 대학의 교직원 4천여명과 초등학교 30개, 중학교 14개, 고등학교 11개의 교직원 1천600여명, 관공서 공무원 2천여명 가운데 상당수도 대구에서 경산으로 출근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산지역 8천600여 사업체 종사자 4만2천여명(2007년 기준) 가운데 절반인 2만여명도 대구에서 경산으로 출근하고 있다.

◆자녀교육은 대구, 직장은 경산=반면 경산에서 대구로 통학하거나 출근하는 사람들은 4만여명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대부분 대구 수성구보다 아파트 가격이 싼 옥산 1·2지구, 사동1지구, 서부·백천지구, 하양·진량 등지에 거주하고 있다.

경산의 대단위 아파트 지구가 대구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조성 중인 사동 2지구(5천811가구)나 계획하고 있는 대임지구(1만2천500가구), 무학지구(6천603가구) 등지에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이들의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행정구역상 경산에 소재하는 아파트는 인근의 대구 수성구보다 30∼40% 정도 낮게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녀가 고교를 졸업한 직장인이나 은퇴자 또는 신혼부부들의 경산 유입이 늘고 있다. 자녀 교육을 기준으로 하면 직장인 부모들에게 대구가 경산의 베드타운이다. 반대로 아파트 가격의 측면에서 보면 경산이 대구의 베드타운인 것이다.

경산·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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