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는 독도] '장군바위' 그리고 '닭바위'

▲ 삼형제굴에서 본 장군바위.
▲ 삼형제굴에서 본 장군바위.
▲ 서도 중턱에서 바라본 장군바위와 닭바위.
▲ 서도 중턱에서 바라본 장군바위와 닭바위.

얼굴은 '얼'의 '꼴'이다. 천지간에 얼굴을 갖지 않은 사물은 없다. 마음자리가 밖으로 드러난 형상이 얼굴이다. 땅도 마찬가지이다. 땅의 뿌리로부터 올라온 기운이 산을 이루고 골을 지었다. 흔히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을 '관상 본다'고 하고 땅의 얼굴을 보는 것을 두고 '풍수 본다'고 한다. 독도의 상(相)을 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기(氣)가 세다!"

독도를 두고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태평양 바다 못지않게 깊디깊은 동해 바닥, 2천m 깊이에 뿌리박고 불끈 솟아올라 망망대해에 한 섬을 이루었으니 그 기운이 오죽하겠는가. 물 밑 200m 아래로도 사방 10㎞의 주추(기둥 밑에 괴는 돌 따위. 초석. 여기서는 심해저를 이렇게 표현했다)를 딛고 선 형국이어서 더욱 견고하다. 어느 풍수 전문가는 이런 독도를 두고 "풍수적으로 완벽하다"면서 "신엄(神嚴)하다"고 표현했다.

한반도 모양 바위 옆을 끼고 돌면 천장굴로 든다. 천장굴은 동도 정상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속이 빈 나무등걸처럼 파인 바로 그 와지(窪地·움푹 파여서 된 웅덩이 땅)이다. 와지를 드나드는 바닷물길이 바로 천장굴인 것이다. 천장굴 입구는 동굴 구멍의 결을 따라 잔주름이 겹겹이 이랑져 있다. 마치 아가리를 떡 벌린 거대한 맹수의 입가에 잡힌 힘줄 같다.

동굴 안쪽으로 배를 몰아 들면 정면의 장중함에 압도되고, 서서히 굴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동굴의 음기(陰氣)에 뒷덜미가 서늘하다. 그러다 퍼뜩 파란 하늘이 열리고 와지의 중간으로 들어서게 된다. 반쯤 깔린 바닥의 자갈밭에서 올려다보면 빙 둘러쳐진 동도 끝 능선들이 그저 아득하기만 하다.

천장굴을 빠져나와 길쭉하게 발을 뻗친 곳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 둥그렇게 잘 다듬어진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바로 '닭바위'이다. 동도 쪽을 바라보고 앉은 펑퍼짐한 아래쪽은 둥우리이고 닭의 두상에 부리까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서도 쪽에서 바라보면 영락없이 암탉이 알을 품는 모습이다. 이 닭바위로 인해 독도는 '영원한 잉태의 축복'을 받는 형상 또한 갖추게 되었다.

다른 한편, 독도가 기가 세고 강한 이미지를 갖는 데는 바위섬들도 한몫을 한다. 웬만한 중고등학교 정도 크기의 이 섬에 장군바위로 이름 붙은 바위가 셋이나 있다. 얼굴바위, 촛대바위. 상장군바위의 별칭도 장군바위이다.

장군바위, 즉 촛대바위는 장군바위 가운데 가장 우람하여 이름에 걸맞다. 독도에 발을 디딘 사람은 누구나 보았을 것이다. 동도 서도 중간에 우뚝하게 솟아있는 흰 바위를. 독도 실경 중 가장 특징적인 경치가 아마 이 장군바위가 아닐까. 전장에 나가는 장수가 투구를 쓴 비장한 모습.

독도의 대부분 바위들이 진한 갈색에서 검은색인데 비해 이 장군바위는 유독 희다. 그렇지만 이 백색의 조각은 신새벽에는 파르스름한 색으로, 한낮은 투명한 흰색으로, 석양에는 불그스름한 색으로 시시각각 얼굴빛을 달리한다.

뿐만 아니라 서도에서 동도로 가면서 보면 보는 각도가 약간씩 바뀔 때마다 모양이 다른 천의 얼굴이다. 동도에서 보면 투구 쓴 장군이지만 서도에서 보면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든 모습이다. 그 모습이 전혀 경박하지 않고 당당하여 자연스레 사람의 눈길을 끈다. 또 비스듬히 젖힌 채 쭉쭉 뻗는 듯한 기세는 가히 독도 최고 바위로 손색이 없다.

독도는 이렇듯 기가 세다. 때문에 김성도 이장님은 "함부로 숙소 밖의 바위 위나 바닷가에서 잠들지 말라"고 충고한다. 만일 잠들면 온갖 소리를 듣고 환영(幻影)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실제 그런 경험이 있다면서, 독도의 드센 기로 인해 마음자리가 흐트러져 몸이 상한다고 말한다.

독도를 거스르려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경고로 들린다. 이런 드센 기가 우리로서는 마음 든든한 측면도 없지 않다. 만일 독도를 범하려는 불순한 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믿는 구석이 또 있다. 독도의 장군바위! 그것도 하나가 아닌 셋이어서 더욱 믿음직한 것이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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