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빈곤의 여성화

'알파 걸'이니 '골드 미스'니 하는 신조어가 일상 용어로 정착되는 추세다. 알파 걸의 알파(α )는 그리스의 첫째 자모로서 모든 것의 처음을 의미하는 만큼 '첫째 가는 여성'을 가리킨다. 고학력에 사회적'경제적으로 앞서가는 엘리트 집단 여성들이다. 골드 미스 역시 알파 걸과 비슷한 의미인데 다만 연령층이 30대 이상 40대 미만의 미혼 여성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하겠다. 여하튼 이들 알파 걸과 골드 미스는 요즘 자주 화제에 오르내리는 세칭 '女風(여풍)'의 중심 세력이다.

사실상 최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한국 여성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다. 바로 며칠 전의 사법시험 2차 합격자 발표에서도 여성 합격자는 10명 중 4명꼴(38.2%)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외무고시의 경우 1998년 16.7%에서 2008년에는 무려 67.7%로 급상승했다. 사법'외무'행정고시 분야에서는 매년 여성 합격률 기록을 갈아치우는 추세다. 일반직 공무원 시험에서도 여성합격률은 10년 전 23.4%에서 2007년에는 45.2%로 뛰어올랐다. 그야말로 '여풍 당당 행진곡'이 울려퍼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들 엘리트 여성층의 괄목할 만한 성장 외에도 전반적으로 한국 여성의 사회진출과 경제참여는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여성 고용률 경우 1970년 38.2%에서 2007년엔 절반에 육박하는 48.9%로 증가했다. 이쯤 되면 한국 여성의 삶은 꽤나 장밋빛으로 물들어가는 듯하다.

그런데 여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일 발표한 '지표를 통해 본 한국 여성 삶의 변화'보고서는 이런 생각이 착각임을 깨닫게 한다. 여성 고용률 경우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무려 20년 이상이나 뒤처지는 수준이다. 게다가 놀라운 점은 여성들이 자기 삶의 질에 대해 스스로 '하층민'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남성의 56.7%가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중간층'으로 여기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것과 관련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심화되고 있는 '빈곤의 여성화'추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빈곤가구의 46%는 여성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家口主(가구주) 가구다. 이들 대다수는 저임금의 임시직'일용직에 몰려 있고, 특히 고령'저학력 여성에 집중돼 있어 빈곤의 대물림이 우려된다. 성인 여성의 60%가 스스로를 하층민으로 여기는 사회, 쌀쌀해진 날씨가 더욱 스산하게 느껴진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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